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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고고70 (2008)

고고70
"후아유", "사생결단"의 최호 감독의 신작 "고고70"은 70년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일련의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그룹 데블스의 탄생과 활동을 영화는 그리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과 유신, 그리고 이어진 긴급조치 9호등의 당시 사회적 사건들이 맞물려 그려지지만, 이 영화에서 그러한 사건들은 배경적 요소로 스쳐지나갑니다.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타오르는 젊음, 그 젊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아, 그냥 가는 거야!', 한바탕 놀아보자입니다.

70년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기에 개인적으로 우려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영화계의 주요관객층은 20대, 좀 더 범위를 넓히면 10대인데 80~90년대 생인 (저를 포함한) 그들이 70년대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 우려는 반은 맞았고 반은 비켜갔습니다. 만약, 영화가 앞서 언급한 박정희 정권의 일련의 사건들이 크게 중심이 되었고, 영화 속 그들의 모습이 그러한 억압에 저항하는, 자유를 꿈꾸는 모습으로 크게 비쳐졌다면 단연코 실패했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는 '놀자'라는 단순명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금요일 밤, 클럽데이면 홍대앞을 가득 채우는 젊은이들이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70년대를 살아가던 아버지 뻘 세대의 그들이나 놀고 싶다는 그 욕망에 그저 충실할 뿐이니까 말입니다. 영화는 이 '놀자' 정신을 바탕으로 세대의 공통점을 이끌어냅니다만, 반은 맞은 우려는 결국 그 '놀자'를 위해 구성된 영화의 극적구성이 그저 연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모든 포커스는 공연과 음악에 맞추어져 있을 뿐이지, 일반적인 극적인 흐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그러한데, 각 캐릭터들의 성격 및 특징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음악이 등장하는 공연장면의 촬영을 비롯한 연출 등은 인상적이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 장면은 분명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분명 신나고 좋더라도, 단순히 '놀자'라는 공통점과 그 음악 하나만으로 영화를 즐기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승우는 이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이것 밖에 본적이 없다는...) 등에서 가창력을 충분히 선보였기에, 이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마치 당연한 것 처럼 보입니다. 워낙 그 방면으로 알려진 배우인지라 왠지 본전치기하는, 손해보는 느낌이랄까요. 그 외의 차승우 같은 경우는 역시나 음악을 위해 희생한 연기력 정도로 봐야할 듯 합니다. 영화의 홍일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한 신민아는 의상이나 춤 등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나, 영화 자체가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놓는다거나 그 캐릭터를 살리려 하고 있지 않기도 하고 이번에도 '신민아..어떤 영화에 나왔더라..'에서 그리 벗어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