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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다우트 (Doubt, 2008)

다우트
영화 "다우트"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64년입니다. 그 한해 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했으며,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암살당했습니다. 그리고 1964년, 바티칸에서는 카톨릭 역사상 두번 밖에 있지 않았던 공의회가 열립니다. 미국이나 카톨릭 모두 개혁과 변혁의 길을 걷는 시기였습니다.

영화는 뉴욕 브롱스의 성 니콜라스 카톨릭 학교의  알로이시어스 교장 수녀(메릴 스트립 분)와 플린 신부(필립 셰이모어 호프먼 분)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매사에 엄격하교, 규율을 중시합니다. 그녀의 그런 캐릭터의 성격은 등장과 함께 확실히 인지됩니다. 미사 중 플린 신부의 설교가 진행되던 중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아이들 주변을 걸으며 떠드는 아이, 자는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들은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엄하게 굴면서 그들 위에 군림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그러한 모습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플린 신부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와는 반대에 위치합니다. 그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가 위로하고 보듬어 줍니다. 다른 신부들과의 식사 시간에 격의 없는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그는 '진보된 교육, 가족과 같은 교구'를 외칩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둘은 결국 반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젊은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플린 신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이긴 하나, 그녀의 의심은 플린 신부를 주시하고 있던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또다른 의심의 불을 지피고 그로 인해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언젠가는 터질 싸움은 앞당겨집니다. 제임스 수녀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생각과 행동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로이시어스 수녀를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도널드에게 크게 관심을 갖는 플린 신부를 의심하며, 그를 학교에서 내쫓으려고 합니다. 그녀의 계획을 플린 신부는 눈치채게 되고 그녀와 큰 갈등을 빚습니다. 제임스 수녀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에게 '플린 신부가 차에 설탕을 많이 넣어먹고, 연필이 아니라 볼펜을 쓰며, 유행가를 교회 행사에 쓰자고 해서 싫어하시잖아요.'라고 말합니다. 편협해 보이는 이유이긴 하지만, 그 자체는 신구의 대립적 양상을 드러내는데는 크게 효과적입니다. 신구, 혹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주욱 보건데 거기에 무언가 딱 떨어진 이유가 드러난 적이 많을까요? 아님 그 반대일까요?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겁니다. 영화는 알로이시어스 수녀, 플린 신부, 제임 수녀의 의심과 그로 인한 반목이 두드러질 때마다 의도적으로 기울어진 앵글을 통해 그들을 잡습니다. 비스듬한 그들의 모습은 심히 불안해보입니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깊어집니다. 그로 인해 점차 관객들은 알로이시어스 수녀보다는 플린 신부의 편에 서게 됩니다. 물론 플린 신부에 대한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의혹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에 대한 의혹이 영화 상에서 말끔히 해결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강하게 표현되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캐릭터는 다분히 플린 신부에게 동점의 여지를 남깁니다. 또한, 둘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후, 영화의 앵글은 플린 신부와 반대편 벽의 성모 마리아상을 같이 잡습니다. 마리아는 과연 동정녀로서 예수를 낳았는가? 요셉과 마리아의 주변인들은 마리아를 의심했지만, 요셉은 마리아의 말을 믿었으며,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영화는 다시 한번 신앙적 믿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의심의 진실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과연 플린 신부는 알로이시어스 수녀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었는지가 아니라 의심이 낳은 확신과 그 확신 자체가 가지고 오는 또다른 의심이며, 도덕적 믿음과 신앙적 믿음,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입장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공란인 답안지를 제공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심이라는 하나의 갈등을 통해 다층적인 대립의 면을 드러내는 "다우트"는 영화의 배경이 비록 1960년대 당시의 사회상을 투영해놓고 있다하더라도 지금에 대입해봐도 결코 어색하지 않는 이야기로 변함없이 그 주제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과 필립 셰이모어 호프먼,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는 각각의 배역에 맞는 훌륭한 연기를 펼쳐보이며, 그들의 연기 앙상블은 환상적입니다. 특히나 메릴 스트립은 연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임스 수녀가 반쯤 울먹이며 플린 신부를 옹호하자,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아무렇지도 않듯이 한마디 합니다. '앉아요' 그 한마디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엄과 권위가 실려있으며, 그녀의 표정, 목소리에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존재 자체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배우들은 모두 이번 아카데미에 연기 부문에 각각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배우인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있습니다.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맡은 역은 도널드의 엄마 역으로 그녀가 등장하는 부분은 영화 상에서 단 10여분에 그칩니다. 짧은 순간의 그녀 연기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의 배역이 영화 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입니다. 그녀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에게 그녀의 확신이 바탕을 둔 이유에 강하게 의문을 제시하며, 인종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 및 종교의 일면을 비춥니다. 짧지만, 그녀의 등장은 이후 갈등의 폭발의 전조로 작용합니다. 각색상을 제외하고는 오스카에서 모두 배우부문에만 노미네이트 된 "다우트" 인지라, 일단은 배우들의 수상에 있어서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P.S 프레스블로그에서 주최한 시사회를 고마우신 분의 양도를 받아 본 후 작성한 감상기입니다. 영화는 오는 2월 12일 국내 개봉합니다.

P.S2 세 명의 인물, 삼위일체, 성가정. 카톨릭 신자로서 신앙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생각을 하게 합니다.

P.S3 김혜자 씨가 알로이시어스 수녀 역을 맡아서 공연했다는 국내 연극이 굉장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