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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김씨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김씨표류기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준 감독의 신작 "김씨표류기"는 오늘날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한 편의 우화입니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에서 무인도라니, 너무도 우화적 공간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결국 이 시대의 소통과 고립,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자 김씨(정재영 분)는 신용불량자로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들지만 밤섬에 고립(!)되고 맙니다. 구조를 요청하려고 119, 전 여자친구에게 마지막 남은 배터리에 안절부절 하며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두 쪽'을 적나라하게 흔들어내며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강변의 아파트와 차량을 보고 자신을 알아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이 시대는 루저에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고립되어만 갑니다. 대도시의 한 무인도처럼.

그리고 여자 김씨(정려원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전체의 세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틀어박혀있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입니다. 싸이월드에 여러 가상의 자신을 만들어놓고 그 거짓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만족해하며 살아갑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라는 간접적 소통의 창구에만 몰두하는 우리시대의 또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그렇게 자신들의 공간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 표류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생존기와 그를 우연히 보게되는 여자 김씨와 서로를 인지하는 두 사람을 그린 중반부까지의 이야기와 둘의 만남까지를 그리는 후반부가 그것입니다. 영화의 중반부 까지는 너무도 사랑스러울 정도로 재치있고, 유머 있습니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남자 김씨의 무인도 생활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한 재미 속에서도 영화의 주제의식은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반부까지의 만족에 비해 영화의 후반부는 크게 아쉽습니다. 중반부까지 이어져오던 영화의 전반적이나 밀도나 재치가 확연히 떨어지면서 영화의 주제만 너무 크게 부각시키기 위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결말이라고 보았을때 그 결말을 향한 과정이 너무 조급하고 안일합니다. 이 크게 나눌 수 있는 영화의 두 부분의 이질감만 아니었다면, "김씨표류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우화라는, 그 목적성에 더없이 잘 부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앞부분의 영화는 그런 아쉬움에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그 의미를 다합니다.

P.S 이 영화의 PPL은 아마도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긍정적 PPL이 아닐까합니다. 주말에 '일요일은 내가 요리사~' 라고 외치며 사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