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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Trivia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마더" 시네마토크 후기

"마더"의 개봉일이었던 지난 28일, 메가박스(코엑스점)에서 열렸던 봉준호 감독과의 "마더" 시네마토크에 대한 후기입니다. 대여섯개의 관객의 질문이 오갔고 아래 내용은 제가 정리한 것입니다. 이하 질문과 대답에 있어 경어가 생략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일부 내용에 있어서 제가 차마 정리 못한 부분으로 인해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영화 내용이 무척이나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네마토크 시작전에 홍보사 분의 장난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영화가 끝난 후, 감독님과의 시네마토크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순간 불안한 분위기 술렁술렁. '감독님께서 관객들의 분위기를 보고 싶어하셔서 영화를 같이 보셨습니다.' 오오오~

마더

Q : 이번에는 어머니를 내세운 영화를 만드셨고 특히 김혜자 씨에 대한 열렬한 구애를 하셨는데 어떠한 이유였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이하 봉) : 그 동안은 영화에서 어머니의 부재를 그렸었다. 엉망진창인 가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부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머니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을 끝내고 "괴물"을 시작할 즈음 이야기를 구상했고, "괴물" 찍을 때 박은교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김혜자 선생님의 '국민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비뚤어진 내 성격 때문에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 본인도 '국민 어머니'라는 이미지가 불편해하시고 벗어나고 싶어하실거야 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어머니도 좀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

Q :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경찰이나 교수 등 어떤 사회의 지도자나 고위층이 무기력하게 보여지는데 우리 사회의 권력, 지식인을 무능하게 그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전작과는 다르게 인물의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하면서 좀 더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 우선 두번째 질문 부터 답변을 드리겠다. 김혜자 선생님의 눈이 참 아름답다. 순정만화에서 보면 주인공의 눈 속에 별이 반짝이지 않나. 영화를 촬영하면서 김혜자 선생님의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보고 있으면 빠져든다. 인물의 클로즈업을 잡을 때 주로 옆모습을 많이 잡았다. 아수라 백작과 같은 느낌으로. 이쪽이 보이면 저쪽이 안보인다. 그것처럼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숨긴 영화이다. 원빈 역시도 측면을 많이 잡았다. 농약 든 박카스 이야기를 할 때도 보면 원빈이 손으로 한쪽 얼굴을 가린다.
 경찰 등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는 내 비뚤어진 성격 탓이다.(웃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반영했다. 이 영화를 보면 (형사와 그들의 수사가) "살인의 추억"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보다 발전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렇다고 나았졌다고는 할 수 없고. 내 영화의 주인공은 주로 약자다. 그런 약자들은 똑같이 살아도 시스템에서의 보호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힘없는 사람들이 공권력을 바라볼때의 느낌. 그런 것이 투영되었다. 만약 내 영화의 주인공으로 고위 재벌층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보게될 것이다.

Q : 도준이 모자라게 된 것이 어릴때 농약 든 박카스를 먹어서인 것 같아다. 하지만 어떨때 보면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도 든다.

: 도준의 모자름의 원인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그랬냐, 아니면 그 박카스를 먹어서 그렇냐를 두고 스텝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그에 대해서는 공백으로 처리했다. 남겨진 여백으로 상상에 맡긴다는 것이다. 만약 후자(박카스를 먹어서)라고 생각한다면 혜자가 도준을 볼때마다 그때의 생각으로 가슴이 아프고, 그로 인해 도준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봉준호

Q : "박쥐" 이야기를 해서 좀 그런데, 그 영화에서와 같이 이 영화에서도 욕망이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도준이 본인의 살인을 인지하고 혜자와 공범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처럼 느끼게 되는데 각각의 살인의 연결된 공모자라고 생각된다. 그런 그들이 기억을 지우려한다고 해도 행복할지가 의문이다.

: 스텝들 사이에서도 여행을 떠난 혜자가 안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현장에서 촬영할 당시 대합실 장면의 도준의 대사는 영화에 들어간 대사와는 달랐다. 침통을 혜자에게 건낼때 현장에서의 대사는 '이거 멀리 가서 버리고 와.' 였다. 영화 상에 들어간 '아무데나 떨어뜨리고 다니지마.'는 후시녹음으로 바꾼 것이다. 일말의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 우리는 도준에 대해 알 수 없다.

Q : 이전 봉준호 감독과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고물상 노인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장면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혜자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봉준호 감독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다.

: 나도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있다. 물론 도준 같지는 않지만.(웃음)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많이 생각을 했다. 아마 혜자처럼 똑같이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혜자처럼 당황하지 않고 살인을 한 후 침착하게 앉아서 은폐 방법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내가 범죄 영화를 좀 하다보니 이런 쪽으로 잘 알고 있다.(웃음) 그렇게 침착하게 사건을 은폐한 후 집에 와서 시나리오를 쓸 것 같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얻은 보너스 입니다.

봉준호

들고갔던 "괴물" 시나리오북에 사인 받았더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