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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해피 플라이트 (Happy Flight, 2008)

해피 플라이트
해체 위기의 남자수영부의 부원들이 펼치는 수중발레("워터 보이즈"), 여고생들의 스윙밴드 도전기("스윙걸즈")를 연출했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곳은 공항입니다.

언급한 두 편의 영화들이 육체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광의의 '성장'의 개념이 자연스러운 청소년과 그들의 공간을 다루었다면 "해피 플라이트"는 어른들의 세계, 그 중에서도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에서 펼쳐지는 한 일상의 단면을 엿보고 있습니다. '성장'이라는 것이 구지 청소년에게만 해당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사람은 '성장'하기에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전의 영화들에서도 그러해듯이 "해피 플라이트"에도 하나의 목표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하네다 출발, 호놀룰루 도착의 항공기에 기장 최종승격 테스트를 받기 위해 올라탄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 분), 첫 국제선 데뷔를 하는 스튜어디스 에츠코(아야세 하루카 분), 후배 직원 교육에 신경쓰랴, 고객담당업무에 신경쓰랴 정신없이 바쁜 나츠미(타바타 토모코 분) 등 공항의 각각의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들이 겪는 갈등과 그 성장통의 과정은 다르지만 이들의 목표는 같습니다. 안전한 항공기의 운항과 고객서비스. 스즈키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항공기의 결함에 당황하지만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승객이 주문한 서비스를 순서가 뒤바낀체 기억했다가 실수를 하고는 낙심한 에츠코지만 다시 용기와 웃음을 되찾습니다. 이들에 닥친 문제의 해결은 결코 그들 자신들만의 노력과 그 성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스즈키에게는 그가 무서워하던 기장 하라다(토키토 사부로 분)과 관제탑 및 통제부서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고, 에츠코에게도 그녀의 실수를 호되게 나무라던 무서운 팀장이 있었지만, 그 팀장의 슬기로운 대처능력을 지켜보고 그 팀장과 동료 스튜어디스들의 독려로 에츠코는 성장해나갑니다.

우리의 인생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좌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끝은 아닙니다.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믿고 또한 자신을 믿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자 곧 우리의 삶 자체입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공항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통해 우리 삶을 축소해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잊고 살기 쉬운'이라고 흔히들 이야기되는, 그래서 다분히 진부한 주제이긴 하지만 "해피 플라이트"에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자신이 창조한 여럿의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잉여자원이 아닌 꼭 필요한 캐릭터로 자기 몫을 다하게 만드는 조율능력, 깔끔한 이야기 전개와 마무리는 이 영화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게 합니다. 물론 그 시선의 이면에는 아야세 하루카를 향한 제 음흉한 시선도..(퍽!)

P.S 거의 10개월만입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정상 보지 못하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 해서 참 아쉬움에 남았던 영화였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