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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Joe : The Rise of Cobra, 2009)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영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하 지 아이 조)는 올여름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중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로 생각됩니다.

하스브로의 유명한 완구를 기반으로 한 "지 아이 조"는 근미래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신무기를 운반하던 듀크(채닝 테이텀 분)가 정체모를 일당들에게 습격을 당하며 시작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듀크와 동료는 '지 아이 조'라는 조직에 대해 알게 되고 신무기를 악당들에게 빼앗긴 후, '지 아이 조'의 일원이 되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내용은 말그대로 초간단합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팝콘 무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컨셉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컨셉의 정도가 너무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차피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야 기대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 영화는 그 정도가 너무합니다. 기본적인 배경의 설명 역시 과감하게 생략하고 들어가는 영화는 간단하게 획일화한 선과 악의 구분을 통해 영화의 갈등 구조를 유지합니다. 그러한 갈등 속에 각각의 편에 여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것도 없이 영화 상에서 희미한 잔영만을 남길 뿐입니다. 이 캐릭터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영화의 재미나 구성면에 있어서도 큰 도전이었을텐데, 결국은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아니, 영화를 보노라면 애초에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위태위태한 스토리라인 속에 캐릭터들의 매력 조차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하면서 영화는 나락의 구렁텅이를 향해 한발한발 내딛어 갑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은 뒤늦게 설명하는 배경을 통해서 되지도 않는 반전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서기 2009년에 이런 식의 진행을 해 나가는 배짱이 가히 놀랍기 까지 합니다. 반전을 시도함에 있어서는 그 이전 영화의 흐름에 있어서 충분한 배경을 깔고 그것을 바탕으로 뒤짚기를 시도하는 것이 기본일진데 이 영화는 그저 순간의 충격을 주고자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말일뿐인 '반전'을 보여줍니다. 이 반전의 충격은 놀라움이 아니라 황당함과 허망함의 충격입니다.

같은 하스브로의 완구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경우, 어차피 유치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할지 모르나 그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최소한 거부감은 없게 풀어놨습니다. (물론 2편은 1편에 비해 못하지만.) 그리고 자신이 가진 단점을 압도적인 시각적인 효과로 완전히 감싸안았습니다. 하지만 "지 아이 조"는 나름 힘을 기울였을 CG까지 유치함이 더해져 이야기의 단점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액션신의 효과나 연출 역시도 이 영화만의 특색있는 모습이 아니라 어디에서인가 본 것 같은 모습으로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이며, 후반부의 클라이막스 전투 장면은 마지막의 강한 한 방이 아니라 오히려 맥없는 자포자기의 수준을 보입니다.

개봉 직전, 영화가 형편 없어 테스트 시사 후 감독인 스티븐 소머즈가 해고되었다는 악성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본편을 보고난 후에는 그 루머가 '악성'이 아니라 진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이 영화, 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