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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2012 (2009)

2012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두려움과 동시에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재난영화들이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신작 재난영화 "2012" 역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관심을 불러모으는 2012년 종말설을 더욱 부채질하는데는 영화라는 거대한 대중매체만큼 큰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2012"는 그러함과 동시에 그 관심을 그대로 자신의 관객으로 만들고 말입니다.

"2012"는 마야인들의 예언을 이야기하며 더불어 인류를 종말의 위협으로 밀어넣는 원인으로 태양자기폭풍을 선택했습니다. 대두되고 있는 종말론 속 근거들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에서 원인에 대해 숨가쁘게 이야기하지만, 영화도 자세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관객도 자세하게 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뭔가 과학적으로 그럴싸한 이유로 어마어마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뉘앙스를 심어주면 됩니다. 인도에서 이러한 위험을 알아차린 애드리안 헴슬리 박사(치웨텔 에지오포 분)는 이 사실을 미정부에 알리게 됩니다.

과학자와 함께 또다른 이야기 축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캐릭터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잭슨 커티스(존 쿠샥 분)는 소설가에 이혼남으로 전처는 결혼을 해 그는 가끔식 그의 아이들을 보러갑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설정을 가진 캐릭터는 장르를 불문하지 않고 나오는데 가족애를 유독 좋아하는 그네들의 습성 때문인가 합니다. 작게는 가족애로 시작해 크게는 인류애를 드러내야 하기도 하고.

이렇게 초반에 캐릭터 소개를 정리한 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재앙을 스크린에 선보입니다. 대지진으로 인해 처참하게 파괴되는 LA 도심의 모습은 묵시록의 그것을 보는 듯 강렬한 인상을 자아냅니다. 고가도로는 허물어져 내리고 바벨탑처럽 높이 솓았던 마천루들은 힘없이 쓰러집집니다. 화염과 죽음으로 가득한 도시. 천사들의 도시는 침몰하는 배처럼 그 생을 다합니다. LA 대지진 가능성이 이야기되는 가운데 그 모습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오싹함으로 미국인들에게는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앙의 장대한 시작을 열어젖힌 LA 침몰 장면 이후 영화는 곧바로 옐로우스톤 화산 폭발로, 그리고 존 F. 케네디의 백악관 귀환으로 이어가며 인류의 종말을 그려갑니다.

이러한 인류 종말의 위협의 해결책으로 영화가 제시한 것은 '21세기판 노아의 방주' 입니다. (잭슨의 아들 이름도 노아입니다.) 성경의 묵시록적 예언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한 인류가 선택한 것은 역시나 성경 속 재앙에서 인류를 구해냈던 방주가 선택되었습니다. 그 해결책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준비 과정이 현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아 눈길을 끕니다. 과거의 경우 말그대로 미국이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식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방주가 제작이 됩니다. 이 같은 모습은 나름 흥미롭지만 그 외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류애를 부르짖으며 어떻게든 감동을 일으키려는 구닥다리 캐릭터와 구닥다리 전개는 여전하고, 결말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 지적되었던 바대로 이 영화 역시 단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멍이 커다랗게 보이고, 목적을 위해 과정의 당위성이나 이해도를 무시해버리는 시나리오, 별 공감 안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Size does matter'.  이러한 단점을 거대한 시작적 효과를 통한 스펙타클함으로 덮는게 그의 장기입니다. 잘되면 "투머로우", 안되면 "B.C 10,000"이 되버리는 모 아니면 도 방식입니다. "2012"가 창조해 낸 거대한 재앙의 스펙타클함은 인정할 만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스펙타클의 남발은 뒤로 갈 수록 그것을 무감각하게 됩니다. 현실감을 상실한체 그저그런 게임같이 말입니다. "노잉"이 유뷰브 영상을 연상시키는 사실적인 재앙으로 시작했다가 철학적 고민에 휩싸인체 음모론을 끌어들여 지구종말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함으로써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면 "2012"는 자신이 창조한 재앙이 자신의 또다른 재앙들을 집어삼킨 결과를 낳았습니다. 뻔하디 뻔한 아쉬운 소리를 해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B.C. 10,000" 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고, "2012"는 롤랜드 에머리히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그의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시각적 스펙타클함 가득한 '킬링타임'용 블럭버스터.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그것만 바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