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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Movie/Review]

500일의

작년 이즈음, 여느때처럼 해외 영화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가 선댄스영화제서 상영된 이 영화에 대한 호평들을 보았습니다. 애초에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인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하는 영화라 눈에 갔지만, 그 호평들을 보자하니 과연 어떤 영화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1년 후 그 영화를 봤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그런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나레이션을 통해 그것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그런 사랑 이야기를 머리 속 가득 헝클어진 기억의 파편들처럼 비순차적으로 섞어놓으면서도 또한 그런 조각난 파편들이 나름의 흐름을 갖추며 이어져나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그렇게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이 바로 지난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헐리우드 로맨틱 코메디물이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빚지만 결국은 Happily ever after 로 마무리 되는 공식을 따른다면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통상적인 로맨틱 코메디물과 궤를 달리합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 헨슨(조셉 고든-레빗 분)은 운명적인 사랑 따위는 환상이라 믿는 여자 썸머 핀(조이 데샤넬 분)에 첫눈에 반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 그들의 좋았던 기억, 그리고 권태기의 기억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집니다. 톰의 가슴 떨림, 그리고 톰의 절망은 지극히 평범한 치수(?)의, 그러면서도 독특한 썸머를 통해서 보는 이들의(적어도 남자들의) 머리 속 또다른 썸머와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남자와 여자가 헤어진다는 이야기의 보편성(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보편적이고 평범한 만남과 이별, 그 500일의 이야기는 특별해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특별함에 의미를 두지 말라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 특별하다 생각하는 우리네들의 그 날들이 돌아보면 각자 인생 수만일 중의 하루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이 영화가 마치 사랑에 대해 냉소적일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운명이다라는 것만을 믿고 하나의 사랑에 집착하기보다는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사랑으로, 사랑은 운명이되, 그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따스한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톰은 그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알아야겠죠.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답게 마크 웹은 비쥬얼인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화의 감각적인 기호와 호기심을 증폭시킵니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이 내러티브에 있어서의 취약성을 종종 드러내고는 하는데, 시간상으로 분절된 이야기를 연결해나가는 시나리오의 특성인지 몰라도, 그런 면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특성이 마크 웹이란 감독에게 잘 부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이터널 선샤인"의 미쉘 공드리가 떠오르는데, 이후 미쉘 공드리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마크 웹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차기작까지는 지켜봐야 할 듯도 싶습니다. (발표된 바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리부팅작의 감독으로 내정되었습니다.)

골든 글로브 코메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조셉 고든-레빗은 노미네이션에 그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골든 글로브가 흥행성에 더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의 연기가 당연히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브릭"에서 처음 본 이후 눈 여겨 보고 있는 배우인데, 인디영화와 블럭버스터를 넘나드는 그의 필모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그를 택한 걸 보면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우리의 썸머, 조이 데샤넬은 어쩌면 연기적인 부분보다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주는 신비함으로 기억되는 배우로,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런 그녀의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해프닝" 같은 거 찍지 말아요. 하한선은 "예스맨" 정도로.) 비록 우리 모두에게 비수를 꽂은 썸머이지만 조이 데샤넬이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톰이 느낀 썸머와의 관계는 500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일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가 채워야 할 숫자니까 말입니다. () Days of Summer. 자 여기에 빈칸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썸머와 채웠던 날들, 그리고 어텀과 함께할 날들을 하나씩 카운팅해보세요.



본 포스트에 포함된 이미지와 영상 등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 영화의 제작/배급사 및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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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ceiver [2010.01.25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고싶은 영화입니다 ^^ '안좋은 추억'이 있는 남성들의 폐부를 찔러댄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어떨지~

  2. 질풍노도 [2010.01.26 0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진짜 보고싶은데 극장에서 못봤어요 ㅠㅠㅠ 와이드 개봉이 아니었는데다가 제가 사는곳이 영화관 시설이 별로라서 ㅠ 그나저나 스테판님 오랜만이에요 ㅋㅋ

  3. BlogIcon montreal florist [2010.01.26 0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영화군여 봐야겠네여

  4. BlogIcon 배트맨 [2010.01.26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샘 레이미로 계속 가는 거였겠지만 이 작품을 관람해보니 마크 웹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물론 샘 레이미 만큼은 안 되겠지만요.)

  5. BlogIcon 몬스터 [2010.01.28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셜록홈즈를 여기다가 트랙백 보내버렸네요... 하나는 지워주세요^^
    간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로맨스영화였습니다.
    사실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더군요...
    조이 데샤넬의 미소에 완전히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

  6. BlogIcon 내 삶의 스크린에서 [2010.04.09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와서 리플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