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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그린 호넷 (The Green Hornet, 2011)

그린 호넷
영화 "그린 호넷"은
부유한 신문사주의 철없는 아들 브릿 리드(세스 로건 분)가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아버지의 자동차 정비공 케이토(주걸륜 분)를 만나 도시의 정의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로 재탄생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세스 로건과 그의 단짝 에반 골드버그가 제작 및 각본을 맡은 영화로, 이전의 그들의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합니다. 히어로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주인공 브릿 리드는 몸만 어른이고 생각은 여전히 고등학생 같은, 세스 로건의 이름을 곱씹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런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세스 로건들의 이전 영화들처럼 농담가득한 대사들과 가벼운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딱히 심각한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는 팝콘 무비적인 성격이 짙습니다.

하지만, 개연성 없는 이야기의 전개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겉도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세스 로건이 연기하는 브릿 리드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정의에 대해 깨닫고, 불의에 항거하는 그의 캐릭터로 변환 과정의 감정선이 너무도 급격합니다. 그에 따라 과정에 공감하기 어렵게 합니다. 주인공을 정의의 사도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그 목적을 위해 기본적인 개연성은 지워버린 것입니다.

또한, 세스 로건이 선보이는 시도때도 없는 가벼움은 필요한 시점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합니다. 세스 로건과 호흡을 같이하는 주걸륜의 케이토 캐릭터는 세스 로건의 그 가벼움에 휘말려 어떤 캐릭터로 정의내려야 할지 모르는 애매모호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아니, 세스 로건의 가벼움에 휘말렸다기 보다는 애초에 이 영화의 각본에서 케이토의 캐릭터에 대한 어떠한 방향성도 잡히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영화의 홍일점인 브릿 리드의 여비서 르노어 케이스역의 카메론 디아즈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브릿과 케이토 사이의 철부지스런 잠깐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서만 기능하는 르노어 케이스는 그 비중에서도, 중요성에서도 과연 카메론 디아즈가 맡았서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카메론 디아즈가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할만큼의 위치는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 안타까움은 더 큽니다.

영화가 배우를 만드는 것이지, 배우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하는 이 영화 속의 악당 처드노프스키입니다. 이런 히어로물에서 중요한 것이 주인공에 대적하는 악당의 매력임이 분명함에도 처드노프스키는 시시껄렁한 농담과도 같은 가벼움과 멍첨함, 악당으로서의 존재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크리스토프 왈츠가 선보였던 최근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과연 같은 배우가 맞는지 의심을 품을 정도로 형편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좋은 배우를 데리고 이처럼 엉망으로 만들기도 참으로 힘들 것입니다.

"그린 호넷"은 애초에 케이토 역을 주성치가 맡고, 연출까지도 주성치로 내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성치가 하차하고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가 감독직을 맡게 됩니다. 미셸 공드리가 이런 히어로물에 어울릴 것인가? 라는 물음은 결국 미셸 공드리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로 귀결 되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 이후 초짜 예술가의 포트폴리오 같던 "수면의 과학"과 자전적인, 그래서 자신의 시네필적인 모습을 선보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비 카인드 리와인드"로 실망만 자아내던 미셸 공드리입니다. "그린 호넷"에서 미셸 공드리는 액션 연출에는 재능이 없으며, 그 자신의 능력만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진행시킬 능력이 없음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같은, 제대로 된 물건이 없으면 그는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라쿠나社를 찾아 "이터널 선샤인"의 행복했던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셸 공드리에게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에게 가졌던, 마지막 남았던 일말의 기대감을 이젠 철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