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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즐거운 인생 (2007)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은 전작인 "라디오스타"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합니다. 중년의, 이제는 꿈을 잃고 현실에서 말라가는 남성들이 주인공입니다.

한때는 대학가요제 우승을 바라고 활화산이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했던, 그러나 이제는 회사에서 짤려 선생인 아내에게 얹혀사는(?) 신세인 기영,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성욱, 아내와 아들,딸을 캐나다에 보낸 기러기아빠(혁수).

즐거운 인생
현실에 있을 법한 이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밴드를 이뤄나가고,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환상 그 자체지요.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기영은 다른 두 친구들에 비하면 참 편합니다. 회사에서 짤리고, 집에만 있고 그래서 딸에게 부끄러운 아버지, 아내에게도 얹혀사는 신세의 남편이지만, 능력 있는 아내 때문에 감히 처음으로 자기 꿈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두 친구들을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요. 결국은 기영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만요.

밴드 활동 한다고 하는 성욱은 그에 반대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합니다. "너도 니가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

누구나 꿈은 있지만, 현실에는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희생해야 될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꿈이 그 일부분일수도 있지요. 뒤늦게 '아, 난 내 꿈을 다시 찾을래.'하고는 그동안 이루워놓았던 가정을 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꿈을 선택한다.

누구나 한번은 생각하지만, 아니 두려워 한번도 생각치 못했을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을 주인공들은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찌든 중년남성들의 판타지입니다. 대리만족입니다. 현실적인 영화라 보지 않고, 판타지 같은 영화로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그 목적에 충실합니다.

갈등의 해소가, 해결이 클라이막스의 공연으로 풀어집니다. 대리만족. 그 마스터베이션의 절정인 순간입니다.

그런 판타지적인 결말로 이끌게 되다보면, 다분히 전개가 어색해질수도 있겠습니다만, 연출력으로 이를 극복합니다.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그에 한몫합니다. 결말로 가는 과정에 왠지 납득이 가게 한달까요. 그렇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만족할 수 있는 매력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껄끄러운 모습이 보입니다. 주인공들의 가족, 그 중에서도 아내가 그것입니다. 성욱의 아내는 집을 나가버리고, 혁수의 아내는 이혼을 하자고 하고. 아내 잘만난 기영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명에게는 아내와 가족은 걸림돌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눅들게 만들고 눈치보게 만드는 가족은 기영에게도 나머지 둘과 비슷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의도치 않았다 해도, 그렇게 비춰지는 가족의 아내의 모습이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즐거운 인생'은 고개를 젓게 되는 모습이 종종 있지만, 대리만족을 느끼게하는 영화의 이야기에서, 배우들의 연기에서, 신명나는 음악에서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외도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