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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바보 (2008)

바보
‘어느 동네에나 한명쯤 있었을 법한 바보’의 이야기. “바보”는 스물 일곱 살의 풍납동 바보 승룡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온라인카툰으로 유명한 강풀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상에서의 만화 “바보”를 재밌게 봤던지라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와 비례해 어느 정도의 불안감도 있었구요. 영화는 기대감과 불안감 모두에 부응(?)하는 모습입니다. 우선 기대감이 충족됐던 부분은 영화가 전체적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배경도 그렇고, 승룡이의 그 캐릭터도 그렇고 말이죠. 거기에 더해 이 영화에서 원작의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최고의 싱크로율을 선보이는 상수 역의 박희순. 하지만 기대감 쪽 보다는 불안감을 좀 더 보았습니다. 99분의 러닝타임에서 주인공인 승룡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각색 과정에서 승룡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축소되거나 아예 생략되었습니다. 희영과 지호, 희영과 상수의 이야기들이 잘려나갔고, ‘작은 별’과 관련해 승룡이와 엄마의 이야기, 동생인 지호가 왜 그토록 오빠를 싫어했는지 등이 그렇습니다. 원작에서의 이런 주변 인물들을 다룬 이야기는 중요한 서브플롯으로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이해, 그를 통해 작품의 배경적 이해 및 분위기 설정에 기여하고, 나아가 가장 중요한 승룡이의 이야기가 단순한 신파조 이야기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완제 역할을 합니다. 그런 서브플롯을 대폭 삭제하면서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그저 그런 눈물 빼는 영화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또한, 이로 인해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를 못합니다. 승룡이의 따뜻한 캐릭터가 물론 있지만, 그 캐릭터에 힘을 돋아주고 설명에 도움을 주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빠진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책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승룡이역을 맡은 차태현은 외형적인 모습, 복장, 영화의 분위기 등으로 얻어진 승룡이의 캐릭터로 인해 덕을 보는 것이지 실상 연기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모습.

원작의 팬들은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시고, 원작을 모르시는 분들은 따뜻한 이야기(조금 뻔하지만)를 보러간다고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가볍게 관람하시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