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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2008)

[Movie/Review]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셀마의 단백질 커피"라는 정체불명(?)의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원티드", "사랑은 단백질", "무림일검의 사생활"이라는 세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정체불명의 저 제목은 각각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적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첫 번째 단편 "원티드"는 이국적인 어느 마을에 괴상한 모습의 노파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노파의 기괴한 분위기에 질겁합니다. 그 노파가 지나간 후, 마을에는 큰 장대비가 내리고, 크게 불어난 물에 잠긴 마을 위로 표류하는 주민들이 공포에 떱니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정부 측 대표. 그는 마을 사람들의 피해 상황의 정도보다는 괴노파를 추적하기에만 바쁘고, 그가 강제로 떠넘긴 구호물품은 전혀 필요없는, 쓰레기에 가까운 물건들입니다. 영화의 자막으로 표시되는 시간의 흐름. 1987년 7월 15일. 이쯤되면 대충 눈치챌수 있듯이 이 단편은 198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셀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18명 사망, 215명 실종, 선박 2,829척 침몰 및 파손, 재산피해 2,195억원의 피해를 남겼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그 셀마.(지금의 교과서에는 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국적인 그림체와 배경이지만, 영화는 분명 그 때의 우리나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보여졌던 정부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물이 빠진 후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어집니다. 말그대로 삽질을 하고 있는 정부의 피해복구 작업과 뒤늦은 선심성 피해보상.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들이 그로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셀마는 20년 전에 지나갔지만, 또 다른 셀마는 여전히 계속 찾아오고 있습니다.

두번째 단편 "사랑은 단백질"은 "습지생태보고서"의 작가 최규석이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실었던 동명의 작품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습지생태보고서"에 등장하는 두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좁디 좁은 자취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세 명의 자취생은 있는 돈을 탈탈 털어(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통닭을 시킵니다. 그리고, 도착한 통닭. 배달온 이는 족발집 주인인, 한쪽 팔에 의족을 한 돼지(!)이며, 무언가 사연을 가진 듯한 통닭집 주인 수탉(!!)이 애처롭게 뒤를 따라옵니다. 배달온 통닭을 앞에 놓고, 그 사연을 들어본 즉슨 그가 튀겨온 닭은 자신의 아들 '닭돌이'. 살기위해 자신의 아들을 직접 튀겨야 했던 아버지 수탉은 통곡을 하는데, 어찌보면 이 모습은 우리네 서민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앞에서 세명의 자취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개의치 않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통닭을 뜯는 재호, 그런 재호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은 안 먹겠다는 경순, 그런 그들 사이에서 확실한 의견 제시를 못하고 눈치 보기 바쁜 몽찬. 이것도 우리네의 모습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들 각각의 모습은 나 아니면 너, 아니면 또 다른 우리 중 누구의 모습입니다. "사랑은 단백질"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어쩌면은 무겁고 진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절묘한 상상력과 유머로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세번째 단편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정의내리자면 판타지무협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순간의 방심에도 목숨을 잃어야하는 무림세계의 고수로 군림하던 보검 청랑검의 주인이자 '무림제일검'이라 불리던 진영영은 현시대에 환생합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닌 커피 자판기로 환생합니다. 환생을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적들과 싸움을 지속하는 진영영.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혜미라는 여성을 만나 첫사랑에 빠집니다. 커피 자판기인 진영영을 조건없이 사랑하는 혜미. 그런 그녀에게 진영영은 차가운 강철의 커피 자판기인 자신의 안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그 따뜻함이 그의 마음이겠지요. 어쩌면 황당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런 황당함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은은한 멜로적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한마디. '이젠 정신차리고 공무원시험 준비라도 해.'

"셀마와 단백질 커피"는 이 각각의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소재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편견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은 상상력이 부족해 문제야, 작화를 받쳐줄 이야기가 빈약해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관심 부족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지기도 하더군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본 포스트에 포함된 이미지와 영상 등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 영화의 제작/배급사 및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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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낼름낼름 [2008.06.23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장센 단편영화제 출품작이던가요?

  2. BlogIcon 산다는건 [2008.06.23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처음에 제목으로 사람들 꽤낙 낙인 것 같더군요. 인디애나 애니로 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xzXVv [2008.07.24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아동용애니밖에못만들게 법으로정해놨으니까...

  4. BlogIcon amenic [2008.07.30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아예 제목을 <인디 애니 존스 Indie Ani Zones>로 할까 생각했답니다.
    포스터도 <인디아나 존스> 포스터를 패러디 해서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나선 존스 박사가 아니라 '관객을 찾아나서는 세 명의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을 형상화할까 싶었지요.
    이왕 낚을 바에야 대놓고 낚아보자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요. 배급사에서 의연히 <인디 애니 존스>를 거부하고 <인디애니박스>라고 지었더군요. :)

    <인디애니박스>는 아직도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