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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AN 2008 리뷰] 에이블 데인저 (Able Danger, 2008)

에이블 데인저
데이브 허먼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에이블 데인저"는 통제된 언론에 의해 역사가 조작된다는 음모론 관련 책의 저자이자 카페 주인인 톰 플린과 그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모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흑백톤인데, 컬러가 등장하는 부분은 TV 속 방송분과 톰 플린이 보는 환상 혹은 상상에서 뿐입니다. 컬러가 쓰인 TV의 영상은 톰이 지은 책의 내용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데 조작된 이야기가 많은 대중에게 전파되는 TV는 익숙한 컬러로, 그리고 진짜 진실인 톰이 겪는 이야기는 흑백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적인 흑백모드는 이 영화가 차용하고 있는 고전 헐리우드 느와르적 성격을 드러내는데 더 그 목적이 있어보입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꼭 집어 말하자면 "말타의 매"와 그것과 같습니다. 사건을 의뢰한 여성, 그리고 주인공 대신 증인을 만나러 갔다가 살해당한 동료, 범인으로 오해받는 주인공, 사건을 의뢰한 여성의 정체의 미스테리함 등등. 이러한 장르적 공식에 현실의 음모론을 접합시킨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브릭"인데요, "브릭"은 고전 헐리우드 느와르의 장치를 고등학교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에 위치시킴으로써 의외의 재미를 유발시킨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블 데인저"는 장르적 장치들을 그저 음모론적 이야기에 얹어만놓았을뿐, 크게 특색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단순히 그러한 장치들을 나열해 나가는 모습은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극적 흥미를 불러들이기에는 매우 미흡하며, 후반부로 갈 수록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바심이 난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고전 장르와 현시대 이야기의 조합이라는 그다지 신선치 않은 구조에, 또한 영화의 이야기 조차 특별할 것 없이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