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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AN 2008 리뷰] 선생님은 외계인 (The Substitute, Vikaren, 2007)

선생님은 외계인
"선생님은 외계인"이라는 한국어 제목만 본다면 영화는 왠지 다분히 아동취향의 밝고 명랑한 영화 같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렇게 밝고 명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는 외계인이 나옵니다. 소설, 영화에서 그리는 외계인은 보통 두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그 분류는 지구인에게 우호적인가, 그러지 않은가로 결정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외계인은 후자입니다. 전쟁만 아는 다른 행성에서 온 영화 속 외계인은 종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사랑과 이해를 배우기 위해 지구로 옵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해 온 존재지만, 그녀는 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은 사랑/이해와는 거리가 멉니다. 외계인은 인간의 몸 속에 침투해 울라 함즈라는 이름으로 대리교사인 척을 합니다. 그녀는 학교의 아이들을 보며 사랑과 이해에 대한 것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녀의 강압적인 지도는 아이들에게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제목만 보고 생각한다면 이 외계인과 아이들이 화해하는, 밝고명랑한 사회에 걸맞는 내용이겠지만 실제로는 외계인은 아이들을 납치해 고향별로 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또한 그 와중에 살인마저도 서슴치 않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외계인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진짜 얘기는 그보다는 칼로 대표되는 아이의 성장담과 아이들과 어른들의 갈등입니다. 칼은 어머니를 불의의 사고로 여의고 아버지, 여동생과 같이 사는 남학생으로 여전히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담교사도 농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칼은 후반부에 가서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외계인과의 갈등입니다. 살아가면서의 경험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는 것이랄까요. 또한, 앞서 말했듯이 영화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갈등 역시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울라 함즈 선생이 이상하다고, 외계인이라고 까지 말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상담교사는 심지어 TV,게임 등이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혼란하게 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세계를 창조해낸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아이들을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불완전한, 불안정한 존재로 이야기합니다. 울라 함즈에게 항의하러 왔던 학부모들은 그 말을 믿고는 울라 함즈에게 자신들의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며 오히려 그녀를 더 인정합니다.

2007년 덴마크 최대 흥행작인 영화는 이런 갈등구조를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과 대사들을 통해서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로 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한 많은 부분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때에 효과적으로 사용된 CG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약간 매끄럽지 못한 극의 분위기 변화라던가 후반부의 마무리 장면이 좀 뜬근 없는 감이 적잖아 있지만,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면 대중적 흥행성이라는 코드가 결코 그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P.S 칼의 여동생(대략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이 아빠를 두고, '아빠는 요즘 여자를 안 만나요.' 식으로 이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국자막으로는 저런 식인데, 영문자막으로는 fuck이 나오는 걸 보곤 순간 흠칫했습니다. 아마 영문자막 쪽이 더 원 의미에 가깝겠지요? 역시 서구쪽은 그런 표현에 있어 자유로운 건가.. 하는 생각이..(단순히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대사일수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