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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08)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검거율 100%의 형사반장과 치밀하게 범죄를 기획, 실행하는 범인의 대결.

이런 류의 영화에서의 가장 큰 재미는 아마 이 대척점에 위치한 두 인물이 들고 있는 패와 그 패의 쪼이는(?) 맛일 것입니다. 서로 엎치락뒷치락 하는 모습 같은 것 말입니다.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전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현태(송영창 분)의 돈과 밀수한 금을 치밀한 계획 아래 훔쳐낸 안현민(차승원 분)과 그런 안현민을 쫓는 백성찬 반장(한석규 분).  화면 분할을 통한 연출을 통해 안현민의 범죄행각을 스타일쉬하게 표현하는 노력까지 한 전반부였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영 흐지부지해집니다. 중반부터 영화는 그저 그들이 들었던 패들을 모두 까보이고 그것을 친절하게 설명하는데에만 시간을 보냅니다. 그 때부터 관객은 그저 그 설명만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버리는데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흘러가는 이야기 중 약간의 뒤틀기만 있었어도 어느정도의 흥미는 유발시켰을테지만 영화는 그렇게 설명만 하다가 끝납니다. 설명만 늘어놓는데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캐릭터 변화는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일년에 7000건이 넘게 발생하는 원한범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재차 확인하는 백반장의 모습은 백반장과 안현민의 관계를 형사 대 범인으로 지속적으로 설정하게되지만 후반부로 가서는 그 둘의 관계가 남자 대 남자(어떤 느낌인지 아실 듯.)로 돌변하는데, 그 모습에는 어떤 납득할만한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범인으로 나오는 차승원은 그간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의 전직, '모델' 차승원의로서의 모습을 맘껏 뽑냅니다. 더이상 그를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테니 이제 이런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속 차승원이 맡은 역할이 침착하고, 선량한 모습이 강하다면 한석규가 연기한 백반장은 하나의 상황 속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때로는 (상대 차승원 역의 이미지를 너무 의식한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감정과 표현의 과잉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은 무대 위의 연극적인 연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 대비된 두 캐릭터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잉된 연기는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중간에 연출도 바뀌고, 개봉도 밀리는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썩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석규와 차승원, 두 배우가 주는 무게감만으로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