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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CJ7 - 장강7호 (長江7號: CJ7, 2007)

CJ7 - 장강7호
주성치의 팬들은 농담반 진담반 삼아, 우스개소리로 이런 말들을 하곤 합니다. '세상의 영화는 두 부류로 나뉜다. 주성치의 영화와 아닌 영화.'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주성치의 영화는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황당한 영화이지만 그의 영화에는 항상 가득한 웃음과 더불어 웃음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 아래 슬픔이 존재합니다. 그런 일종의 페이소스가 주성치 영화의 매력일 것입니다.

주성치의 신작 "장강7호"는 가난한 부자(父子)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로 분한 주성치는 막노동을 전전하지만, 아들 샤오디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하지 않게 위해,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무리해서 사립학교에 보냅니다. 샤오디는 가난으로 인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지내는 착한 아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샤오디는 부잣집 아이의 장난감이 부러워 아버지에게 떼를 씁니다. 주성치는 아들의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내심 안타까워하다가 평소때처럼 쓰레기장에서 어떤 물건을 주워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은 외계인이었습니다.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그 외계인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나갑니다.

가난이라는 어찌보면 일종의 루저의 입장인 영화 속 두 부자의 모습은 애잔함을 보입니다. 문제는 그 애잔함을 동반한 정서가 너무 크게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인 샤오디 입니다. 주성치의 역할은 그저 자상하고 헌신적인 아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샤오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 속의 웃음요소는 그간 주성치 영화 속의 코메디에 미치지 못하고, 그럼으로 인해 영화 속에서는 주성치 영화 특유의 느낌이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을 인식해서인지, 영화 속에서는 주성치의 전작들을 연상케하는 소품, 일부 전작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주성치영화같지 않은 이 영화에서  그런 모습은 그저 지난 주성치영화 이미지의 재탕, 답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주성치스럽지 않은 영화의 모습은 주성치 영화기에 당연히 수긍이 가야할 상황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않게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외계인이 조미료로 등장하는 그저그런 가족드라마일 뿐입니다.

근래들어서 주성치는 헐리우드 자본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자본과 결합하면서 일부 자신의 색깔에 대한 양보도 있었을테지만, 그럼에도 '주성치'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영화가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헐리우드가 원했을 맥이 빠질정도로 지나친 대중성이 가득한, 그래서 아무런 특색도 없는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주성치가 한 템포 쉬어간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이 영화는 주성치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속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