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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AN 2008 리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 The Foreign Duck, The Native Duck And God In A Coin Locker, 2007)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아, 이 영화를 본지는 한달이 조금 더 넘은 듯 합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봤거든요. 그 때는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번주에 어떤 영화가 개봉하나 보다보니 이 영화가 정식 개봉을 하더군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만 저는 읽어보지를 않았습니다. 영화는 센다이 시로 대학입학을 위해 이사온 시이나가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를 흥얼대다가 옆 집에 사는 가와사키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가와사키는 또다른 이웃인 부탄인 도르지가 여자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 집에 틀여박혀 있는데, 그런 그가 대사전을 갇고 싶다고 하니 그것을 가져다 주자고 시이나에게 말합니다. 도르지가 사전을 갖고 싶은 이유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라는 말과 함께. 이상한 것은 가와사키는 사는 것이 아닌, 사전을 훔치자고 한다는 것입니다. 타지에 와서 약간 얼얼하고, 순진한 시이나는 그 꼬임에 넘어가 가와사키를 돕습니다. 이 후 학교생활을 하던 시이나는 애완동물가게 주인인 레이코를 알게되고 그녀에게서 가와사키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점차 가와사키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의심이 지속되던 어느날, 시이나는 레이코를 통해서 진실을 알게 됩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단순한 전개가 아니라, 레이코와 가와사키의 말을 통한 서로 상반되는 플래시백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서로 엇갈리는 그런 상황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얽혀있던 매듭이 모두 말끔히 풀어집니다. 영화는 그렇게 풀어진 진실과 그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하고픈 바를 드러냅니다. 복잡한 이야기 속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 '외국인'과 '내국인', '외지인'과 '내지인'의 차이, 시이나와 도르지의 입장과 그로 인한 동질성 같은 것이 그것일 것입니다. 일본어를 배워서 다른 일본인들과 같아지고 싶었던, 그래서 사전을 갖고 싶었던, 가와사키가 되고 싶었던 도르지와 (어머니나 다른 이들이 말하던 것처럼) 그 고장 전통의 우설요리를 먹어봐야한다던 시이나는 들오리가 되고 싶었던 집오리의 모습일 것입니다. 타지에서 집오리인 시이나가 역시나 다른 의미의 집오리인 외국인을 외면하던 모습에서 도르지를 알아가는 모습으로의 변화는 그 둘이 신의 목소리라고 칭하는 밥 딜런의 노래를 코인로커에 넣으면서, '신도 눈감아 줄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어쩌면 집오리와 들오리의 경계 자체 역시 눈감아 주기를 원하는 바람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풀어서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야기 전개의 특이성이 그 단순함을 잊고 흥미를 끌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장점에는 단점도 존재하는데 그러한 이야기 전개가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와 흐름을 손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했다는 것으로, 영화의 이야기하는 바가 그 안에 매몰된다는 느낌입니다. 더해서 그러한 복잡한 전개 끝에 나오는 진실이란 결과 자체가 앞에서 끌어오던 궁금중에 비해서는 조금은 초라하다는 것도 말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는 장점보다는 그러한 단점이 더 크게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제가 평소 생각하는 일본영화들의 느낌인데, 뭔가 극적인 부분에서의 이펙트가 약하고, 밋밋해진다는 것이랄까요.)

P.S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나름 화제가 됐던 작품이긴 하지만, 주연배우인 에이타의 GA가 있지 않았다면 당시 그 정도의 반응이 과연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P.S2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샤론, 마론' 이야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여기 있는 말뚝은 말 멜 말뚝이냐 말 못 멜 말뚝이냐', '경찰성 철창살은 쌍철창살이나 외철창살이냐' 와 비슷한 건가요? 그것만 할 줄알면 일본어 다 할 줄 안다고 영화 속에서 언급되던데..

P.S3 몇년 지난 일이지만  ...'사장님 나빠요'의 블랑카가 불현듯 떠오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