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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영화는 영화다 (2008)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나 '콩트는 콩트일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쇼프로그램의 말과 비슷하게, 영화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 같을 수 없다'라는 간단한 메세지 정도만 전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재밌습니다.

영화는 인기배우로 스타의 자리에 있는 수타(강지환 분)와 깡패인 강패(소지섭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타는 스타라는 지위에 취해서 경솔하고 오만하며,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같이 출연하는 동료배우 여럿을 병원에 입원하게 만듭니다. 강패는 한때, "초록 물고기"의 단역으로도 출연하며 영화배우를 꿈꾸었고, 지금도 부하들 몰래 홀로 극장을 찾아 영화보는 것을 즐기지만, 지금은 깡패로 조직에 해가 되는 인물들을 바다 속에 잠재우기도 합니다.

동화 '왕자와 거지'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인물은 우연히 조우하게 되고, 극과 극은 같다라는 말처럼 서로에게 이끌립니다. 왕자와 거지가 서로 닮은 외모였다면, 둘에게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제안을 하는 것은 밝은 세상에 있는 수타입니다. 동료배우와의 트러블로 더이상 같이 출연하겠다는 배우가 없자, 수타는 고육지책으로 강패를 상대배우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영화를 점차 촬영하면서, '나도 배우가 안됐다면 너 정도 주먹은 됐어.'라는 수타도, '영화? 그거 다 가짜아냐?' 라는 강패도 점차 자신이 몰랐던 것들에 대해 차차알아가면서 변화를 겪습니다. 그것은 둘의 로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패는 같이 출연하는 여배우와 마치 영화 같은(깡패와 인기 여배우의 만남) 사랑을 하고, 수타는 언제나 자기자신의 진실한 모습이 아닌 카메라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대중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여자와 어색하고 쑥쓰럽지만 솔직한 현실적인 사랑을 하게됩니다. 다른 삶에서도 그러한데, 강패는 영화 속의 대사를 똑같이 읊으며, 죽여야 할 사람을 놓아주고 강패는 가학적 폭력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통해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마지막에서나 드러나는 가장 큰 액자와 그 속의 또다른 액자를 보여주는 식의 연출을 통해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영화 자체의 의도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의도로 인해 영화 속 전개 과정에서 일부 진부할 수 있는 장면들이 그러한 의도에 의해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러한 부족함을 이런 방식으로 메우려했다고도...)

이런한 영화의 의도는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와는 어쩌면 무관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닮은 수타와 강패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묘미를 크게 했던 것은 수타를 연기한 강지환과 강패를 연기한 소지섭의 안정적인 연기였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왠지모르게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의 이미지/연기톤이 비슷했던 소지섭보다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인 강지환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한, 이 두 배우 외에도 이 둘 사이에서, 리얼한 영화를 찍고 싶어 안달이 난 봉감독 역을 맡은 고창석은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 주연과 같은 조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여자가 존재하고 활용되는 방법이나 다른 여타 모습들에서 김기덕의 냄새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긴 하지만(각본이 김기덕 감독) 입봉작으로서 장훈 감독은 무난 혹은 무난 이상의 상업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