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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헬보이 2 : 골든 아미 (Hellboy 2: The Golden Army, 2008)

헬보이 2 : 골든 아미
"헬보이"를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납니다. 2004년 여름. 방학 때이고 해서 한창 시사회 돌아다닐 적이었습니다. 처음 보고 인상 깊었었기에 시사회로 또 한번 보기도 했었죠. 그리고는 감독의 이름을 기억했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헬보이 버스트 포함 한정판 DVD를 구입하기도..) 그리고 몇년 후, "판의 미로"라는 영화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 및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감독은 길예르모 델 토로. 제 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혼자서 기뻐했더랬습니다.

2008년, 헬보이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헬보이는 여전히 ‘초자연 연구 방어국(Bureau for Paranomal Research and Defence, 이하 BPRD)에서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리즈와도 연인관계이고, 동료인 물고기 인간 에이브 사피엔도 함께 합니다. (다만, 전편에 등장했던 젊은 요원 존 마이어스는 헬보이에 의해 남극기지로 발령되어, 극중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영화는 헬보이가 어린시절 들었던 전설 속 환상의 세계에서 살던 존재들이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등장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헬보이 일행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후속작의 공식답게 "헬보이 2 : 골든 아미"(이하 "헬보이2")는 외형적으로도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전작의 아쉬움 중 하나였던, 등장하는 크리쳐의 수가 많아졌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윙크와 누아다 왕자를 비롯한 엘프들, 이빨 요정, 고블린, 엘리먼트, "판의 미로"에서 따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죽음의 천사, 그리고 트롤마켓의 다양한 생물들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이것을 보면, 전작 "헬보이"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자신의 그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해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이번 작은 본인말마따다 '내 마음대로 만들었다' 라고 하니까 말입니다. 또한, 도시 이러한 다양한 크리쳐의 등장만큼 CG 등의 사용 빈도 수도 많아져서 영화 속 세상을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게 만듭니다.

이런 시각적 즐거움에 더해서, 또 다른 축인 캐릭터들도 건재합니다. '난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이며, 마초적인 도시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라고 끼워맞출 수 있을 듯(-_-)한 헬보이는 이번에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으로 외모도 비록 그렇지만 슈퍼히어로나 다름없는 그는 시니컬하고, 제멋대로인 모습에 더해 툴툴거리면서도 리즈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앓이하는 모습은 그의 매력을 더 살려줍니다. 동료인 에이브 사피엔은 이번에는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러한 두 캐릭터들의 상황에 의해 이 둘은 어색한 듯 어울리는 화음의 노래를 영화 속에서 선보이며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니다. 존 마이어스 요원이 빠진 대신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 요한은 영매라는 독특한 능력을 선보이는데 중간에 언급되는 그의 과거들은 후속작에서의 그의 캐릭터의 활약상에 기대를 품게 합니다. 셀마 블레어가 맡은 리즈 역할 역시 여전히 아름답고 말입니다. 영화는 전작에서 헬보이에 크게 집중했던 것에 비해서 BPRD의 다른 캐릭터에게도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주인공인인 헬보이를 중심에 두면서도, 각 캐릭터의 비중을 적절히 분포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헬보이 2 : 골든 아미

"헬보이2"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작보다는 조금 더 밝아졌습니다. 전작의 어두운 모습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실 수도 있는 부분일텐데, BPRD의 정체가 대중에게 공개되어서 그들의 활동의 제약성이 조금은 느슨해진 면도 있고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많아진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후속작에서 더욱 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작에서는 영화 중간중간 헬보이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 살짝살짝 등장하는데, 완결인 3편을 비극적으로 만들겠다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발언에 비추어 봤을때, 3편은 더 없이 무거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종의 강약조절의 느낌이랄까요. 영화의 내용에는 전작에 비해서 조금은 진중한 메세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누아다 왕자를 비롯한 엘프들과 엘리먼트를 보면, 결국은 그들은 자연의 입장이고 인간들은 탐욕적으로 그 자연을 헤치고 개발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경멸하고 무시하는 모습 역시 비판하고 하고 있습니다. (..."엑스맨"?!) 그렇기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들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은 아니고, 영화의 재미는 헬보이의 사랑,모험,활약이라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스크린에 옮겨낸 "헬보이" 시리즈는 2편까지 오면서, DC/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자리잡고 있는 슈퍼히어로물 영화들 속에서도 본인 고유의 매력을 가진체 자신만의 위치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또한 이번에 길예르모 델 토로가 보인 수많은 크리쳐를 비롯한 여러 모습들은 앞으로 나오게 될 "헬보이3"는 뿐만 아니라, 그의 또다른 프로젝트, 그가 선보일 영화 "호빗"의 중간계에 대한 기대를 더욱 더 크게 합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그는 이젠 정말 이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위치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