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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F '08 리뷰] 스탈린의 선물 (The Gift to Stalin, 2008)

스탈린의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스탈린의 선물"은 카자흐스탄의 감독 루스템 압드라쉐프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구 소련시절, 소수민족들이 척박한 중앙아시아 땅으로 강제이주를 당하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유대인소년 사쉬카 역시 강제이주를 당하던 중으로 그의 부모님은 수용수에 갇혀있으며,  이주기차안에서 사쉬카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렇게 고아가 되버린 사쉬카는 같은 기차 안의 사람들의 도움과 기차가 정지한 카자흐스탄에서 철도관리일을 하는 카심 할아버지를 만나 목숨을 구합니다. 사쉬카는 카심과 같이 살게되면서, 베르카와 예지크,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스탈린의 선물"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스탈린의 70회 생일을 맞아 사람들이 준비하는 선물입니다. 영화에서는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중간중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송을 통해서 넌지시 알려줍니다. 스탈린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들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사쉬카는 가장 잘만든 선물을 만든 사람은 그 선물을 직접 스탈린에게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아끼던 양을 자진해서 내어줍니다. 스탈린이 자신의 부모님을 풀어주었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하지만, 어린이의 이런 순수한 바람과는 다르게 스탈린이 바라던 선물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카심이 불안감에 사쉬카를 이스라엘로 떠나보내고 얼마 안 있어, 그들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탈린이 원하던 진짜 선물이 보내집니다.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핵폭탄. 스탈린이 원하던 것은 인민들의 선물이 아니라, 냉전의 한축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줄 무기였습니다.

"스탈린의 선물"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사쉬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압이 가득한 암울한 시대를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은 진부한 방식으로, 영화는 이를 해소시킬 어떤 모습도 보이지를 못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 시대를 그렸던 "말레나"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13세 소년이 자신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인 말레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되는 영화와 이 이야기는 시대가 가지는 유사성 등에서 어쩔 수 없이 흡사한 분위기를 보입니다. 또한, 사쉬카와 카심의 관계는 같은 감독의 "시네마 천국"에서의 그 관계가 떠오를만큼 이 모습 역시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며 시대의 비극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의 작위성은 눈에 거슬립니다. 다분히 카자흐스탄이라는 공간적 특이성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개막작이 지니는 PIFF의 방향성('발굴과 발견')에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그 방향성이 추구하는 결과에는 이 "스탈린의 선물"은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