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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Miss Pettigrew Lives For A Day, 2008)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1930년대 말 위니프레드 왓슨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니프레드 왓슨은 현재에 와서 '숨겨진 제인 오스틴'이라는 호칭을 받으며 새롭게 재평가 받고 있다고 합니다. '칙릿' 소설의 원조격이라는 이야기 역시 듣고 있구요. 저는 원작소설은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부산 내려갔을때, 스타벅스에 꽂혀있길래 서문만 살짝 훑어보기는 했는데, 핑크색의 책 표지는 소설/영화가 주는 이미지를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제1차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유럽이 곧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참화에 또다시 휩쓸릴 위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때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미스 페티그루(프란시스 맥도먼드 분)는 가정교사 일을 하다가 줄줄이 해고를 당하고, 이제는 길거리에 나앉게 된 신세입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는 자유연애주의자이자 성공에 대한 야심이 큰 라포스(에이미 아담스 분)의 집에 들어가고 되고, 그 때 라포스에게 닥친 위기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하면서 그녀의 매니저가 됩니다. 단벌의 가난한 여성이던 페티그루는 라포스와 함께 하면서 영국 상류사교계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라포스의 진짜 사랑도 찾아주고 자신의 새로운 사랑도 찾습니다.

영화의 이런 스토리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메디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국 사교계를 표현하면서 1930년대 영국의 유행이던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패션으로 귀와 눈을 즐겁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에 종종 드러나는 전쟁에 대한 암시, 두려움과 교차가 되는데, 이는 곧 라포스와 페티그루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지 못한 라포스는 진짜 사랑 앞에서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배우로서의 화려한 면을 좇습니다. 하지만 목사의 딸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지난 전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이 있는 페티그루는 라포스보다 외모적인 아름다움에서는 떨어질지지는 몰라도 인생에서의 진짜 사랑에 대한 소중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페티그루는 훈련으로 중단된 클럽공연 중에 '지금 훈련은 곧 끝날테지만, 앞으로는 훈련만으로 끝나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니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 며 라포스에 진짜 사랑을 따르라고 조언합니다. 사랑이 주는 행복을 페티그루는 알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런 대비된 사회 모습과 그것처럼 대비된 두 여인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화려한 사교계의 모습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각 등장인물들 사이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유머로 상황상황을 즐겁게, 그리고 매끄럽게 이어나갑니다. 라포스 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는 전작 "마법에 걸린 사랑"과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지젤이 '내츄럴 본' 딴세계 공주였다면 라포스는 현실의 사랑과 성공과 화려함 사이의 선택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변함없는 것은 그녀가 이번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조엘 코엔의 아내이자, "파고"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도 극의 중심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끄는 페티그루 역을 더없이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가벼운 터치의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류를 찾는 분들에게는 알맞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