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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F '08 리뷰] 애모 (Adoration, 2008)

애모
영화 "애모"의 초반은 빠른 전개와 각각 다른 이야기의 편집이 눈길을 끕니다.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 불어교사 사빈은 아이들에게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의 짐에 폭탄을 숨겨 비행기를 폭파하려고 했던 사건을 다룬 기사의 번역을 시키고, 한편으로 자신의 학생인 사이먼에게는 그것을 이용해 연극수업을 위한 대본을 쓰게 합니다. 사이먼은 그 기사 속 등장하는 부부를 자신의 죽은 부모로 대체하여 마치 사실인냥 이야기를 지어나가고, 학교 수업시간으로 그치지 않고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사람들은 그 일을 사실로 믿고 논쟁을 벌입니다. 영화의 초반은 학교에서의 사이먼과 사이먼이 지어낸 이야기, 사이먼과 사빈, 그리고 사이먼과 그의 삼촌, 사이먼과 외할아버지 사이의 이야기가 엇물리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흥미로운 초반 그리고 중반을 지나가면서 영화는 초반에서 흩어졌던 이야기들에서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이 이뤄지고, 과거 사이먼 가족에게서 일어났던 아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애모"는
사이먼의 가족사를 통해 9.11 이후의 미국과 이슬람권 사이의 갈등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바탕을 둔 의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그저 한 가족의 과거사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초반의 인상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과정에 있어서 때로 빈약합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그림과 철저히 왜곡된 시선을 가진 외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담은 핸드폰을 불태우고, 아버지가 만들었던 바이올린 스크롤을 쥐고 있는 사이먼의 모습으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사이먼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는 애잔함의 표현이자 기독교만큼이나 뿌리깊게 서구사회를 지배하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보내고픈 작별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애잔함 같은 아쉬움이 뒤따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