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Review

[PIFF '08 리뷰] 영원한 순간 (Everlasting Moments, Maria Larssons Eviga Ogonblick, 2008)

영원한 순간
얀 트로엘 감독의 "영원한 순간"은 1900년대 초의 스웨덴을 배경으로 마리아 라르손이라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얀 트로엘 감독 부인 쪽 친척의 실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는 한 대의 사진기와 마리아의 딸, 마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얻게 된 이 사진기로 인해 엄마 마리아와 아빠 시그프리드 라르손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시그프리드(이하 시게)는 건강하고 힘센 남자로 그렇기에 부두에서도 항상 일거리를 얻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부두사람의 이미지처럼 시게는 술을 좋아하고, 종종 그 때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마리아는 그 때문에 시게와 이혼까지 할 작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을 향하지만, 친정 아버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때 그녀가 발견한 것은 과거의 사진기. 마리아는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진사 페데르센도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마리아의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스웨덴의 사회사도 양념으로 첨부합니다. 북유럽에 불기시작한 사회주의의 바람과 영국과의 갈등, 그리고 1차세계 대전 등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마리아의 가족도 그만큼의 영향을 받습니다. 노조를 만들어 파업에 참가한 시게와 그 틈을 노려 부두의 일을 도맡은 영국인들의 모습이나, 전쟁으로 인해 징집당한 시게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며, 어느새 비행선이 하늘에 등장할 정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시게는 여전히 돈을 벌어오는 일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으나 바람을 피기도 하는 등 가정사에는 그리 충실한 남편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그런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진기와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서 풀어나갑니다. 친절한 사진사 페데르센과의 만남 역시 그녀에게는 작은 위로거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의 모습은 지금의 관점에서는 조금 답답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우리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처럼 뭔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찾아나간다거나 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남편의 반응을 무시하고 사람들까지 불러모아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사진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의 관습과 가치관 속을 살아가는 마리아라는 여성에게는 요즘같은 그런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이 영화 속에서 처럼 사진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가족을 아우르는 모습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영화는 사진을 그 대상을 영원히 지속시키게 만드는, 영원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죽기 얼마 전에야 유일하게 자신을 담은 사진을 한장을 찍습니다. 딸 마야는 끝까지 가정을 지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엄마는 아빠를 사랑했나 보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진정 시게를 사랑해서였는지, 아니면 사회적 가치관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자신의 지금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 행복한, 혹은 여유로운 때를 그녀가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순간"은 이런 마리아의 생애를 잔잔한 감성과 따사로움으로 그려냅니다. 갈등과 인내, 잠정적 화해가 되풀이는 조금은 단조롭다 할 수 있는 극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그 감성입니다.

P.S


이 사진의 정체를 아시는 분. PIFF의 "영원한 순간" 소개 페이지 및 포털에 소개된 페이지에 있는 스틸인데...영화 어디에도 저 장면은 없습니다. 아마 잘못 집어넣은 듯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