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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아내가 결혼했다 (2008)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자유연애주의자이던 여자와 결혼한 한 남자와 그 아내가 또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소설인 "아내가 결혼했다"는 군대있을 때 읽었습니다. 한창 책을 많이 읽을때라 당시 베스트셀러는 다 읽었는데, 그 때 베스트셀러였거든요. 축구이야기와 버무려진 사랑과 결혼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중반정도까지만 말이죠. 중반부이후부터는 축구 에피소드와이 연계가 억지성이 커지고 소설 속에서 말하는, 일상적인 사회 가치관의 전복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심하게 미약해 그저 궤변으로 밖에 느껴지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2회 세계 문학상 당선작? 이게 왜?' 가 제 생각이었습니다. 단순히 말장난으로 재미만 좇는 소설. 그래서 사실 영화화된다고 했을때 우려도 됐습니다. '참 영화로 만들 소설도 없다.'라는 생각. 김주혁-손예진이라는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영화화된 것을 보니, "사랑과 전쟁"의 진정한 극장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빵빵한 캐스팅, 스페인까지 날아가 찍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 모습 등, 얼마 전에 개봉한 "사랑과 전쟁" 극장판보다야 이게 낫지 않을지. 차이가 있다면야, "사랑과 전쟁"은 불륜이든 아니면 시댁과의 갈등이든 결국은 그 갈등이 이혼법정까지 가는 갈등으로 작용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속에서도 나오듯이) '병신, 쪼다새끼'인 주인공 남자가 그런 그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이런사람저런사람 다 있습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다른 동네는 일부다처체 사회이기도 하고, 저기 중국오지를 가면 모계제 사회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지닌 이야기가 문화인류학적인 생각으로 포용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홍보하는 대로) 발칙한 이야기를 마치 전통적인 일부일처제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포장시키려고 하지만, 전혀~ 입니다. 그에 반하려면 그만큼의 이유와 근거가 있을지인데, 그저 그 전통적 가취관에 대한 반발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또한, 중간중간 남자의 바람, 여자의 이혼등의 에피소드가 엇물리면서 '남자는 되는데, 여자는 하면 안돼?' 식의 투정에 가까운 이야기를 비교삼으라는 듯이 끄집어내는데, 말그대로 미취학아동스러운(...꼬맹이들아, 미안.) 발상입니다. 설득력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로맨틱코메디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싸놓은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김주혁은 그간 보여준 그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을 되풀이합니다. 김주혁 빙 김주혁. 이젠 질립니다. 손예진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희생양일지도 모릅니다. (선택은 본인이 했겠지만.) 손예진이란 배우의 이미지와 매력은 그저 이 영화에서 어설픈 이야기의 설득력을 무마하기 위한 용도로만 소비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방비도시"에 이어서 그녀는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정했을 때부터 실패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P.S ...홍보는 맨날 노출에만 포커스를-_- 여전히 등만 보이시고, 대역이신 것을. 이게 파격적인 노출이면, "미인도"는 하드코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