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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바디 오브 라이즈
리들리 스콧, 러셀 크로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인물들이 뭉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하지만 그런 네임밸류로 인한 기대치가 컸던 것일까요? 정작 영화는 그 기대감만큼의 큰 만족은 주지 못합니다.

영화는 중동을 누비는 CIA의 현장요원인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CIA 본부에서 근무하는 에드 호프먼을 중심으로, 9.11 이후의 미국과 중동의 갈등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유럽 등지에 자살폭탄테러를 일으키는 '알 살림'을 잡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전쟁에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의 호프먼과는 달리 페리스는 무모한 희생은 지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작전을 펼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견해 차이로 페리스의 작전 중에 뜻하지 않은 호프먼의 개입으로 인해 페리스 입장에서는 작전을 망칠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페리스가 작전을 위해 관계를 맺는 암만의 요르단 정보부 부장 '달려라'(...) 하니(마크 스트롱 분)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각자가 원하는 이득을 위해서 겉으로는 손을 잡지만 뒤에서는 나름대로의 또다른 작전을 세웁니다. 호프먼과 약간의 갈등을 빚기도 했던 페리스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하니에게는 통보하지 않고 호프먼과 힘을 합쳐 또다른 작전을 실행합니다. 하지만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작전을 추구하던 페리스가 호프먼과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그 결과로 페리스는 사랑하던 여자를 납치당하고 그 자신이 테러리스트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정의라는 거대한 목표로 인해 희생당한 수많은 희생들을 묵인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작전의 종지부에서 돌아오는 것은 수행자를 향한 또다른 폭력입니다. '거짓의 실체'. 리들리 스콧은 정의라는 이름, 그 이면을 지목합니다. "바디 오브 라이즈"가 그리는 중동을 배경으로 한 첩보의 세계는 아군과 적의 구분이 희미한 곳입니다. 이러한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도 의존합니다. 최근의 영화들에서의 유사한 인상을 풍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신경질적인 현장요원에 알맞춤이며, 배역을 위해 20kg이 넘게 찌웠다는 러셀 크로우는 겉으로는 유들유들하나 속에는 시꺼먼 계략을 가득 담은 듯 한 에드 호프먼을 훌륭히 연기해냅니다. 그리고 위성과 도청 등을 이용한 첩보의 세계를 비쥬얼적으로도 무리없이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이들, 이것을 이용한 첩보의 세계는 영화의 긴장감을 이끕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9.11 이후의 영화들에게서 수없이 되풀이되었다는 것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으로 감추려고 애는 써보지만,  감시(이 영화에서는 정찰기이지만) 장면을 비롯해, 거의 클리셰라고 불릴만한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며, 영화 속 이야기도 이제는 지루하기까지한 그것입니다. 굳이 리들리 스콧까지 이런 이야기를 또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진부함은 배우들의 호연을 비롯해 영화를 빛나게 해줄 수 있었을 다른 요소들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이런 식상한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그만 나오게 될까요? 이게 다 부시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