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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뱅크 잡 (The Bank Job, 2008)

뱅크 잡
영화 "뱅크 잡"을 보기 전에 알려진 줄거리를 통해서 볼 때는 "오션스" 시리즈나 국내의 "범죄의 재구성" 같은, 범죄를 도모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스릴을 재미의 기초로 하는 케이퍼 필름 장르가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영화에는 일정부분 그런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자동차 딜러 테리(제이스 스타뎀 분)가 마틴의 제의를 받고서는 자기가 알고지내던 주변인물들을 불러모아 로이드 은행의 금고를 털기로 하고, 그 과정에서 이들이 세우는 계획과 실행 중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은 케이퍼 필름이 주는 그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진정한 재미는 그것들을 기초로 해서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로이드 은행의 금고에 있던 것은 실로 다양한 것들로, MI5가 노리고 있는 마이클 X의 영국왕실의 치부를 담은 사진, 고위정부직에 위치한 이들의 매춘굴에서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 유흥업계의 거부가 경찰에게 주던 뇌물을 기록한 장부 등이 그것입니다. 뜻하지 않은 이러한 물건들이 테리 일당에게 들어오게 되면서 이들의 성공적일 것만 같았던 계획은 틀어집니다. 동료들이 하나씩 인질로 잡히고, 물건들을 노리는 각각 다른 인물과 단체로부터 압박이 들어옵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 중심에 있는 테리와 테리의 물건을 노리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테리는 기지를 발휘해서 모든 일의 진행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MI5, 영국왕실이 테리라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비틀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묘한 재미를 자아냅니다.

영화는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액션 배우를 내세움에도 마지막의 아주 잠깐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액션장면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을 기대하셨던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모습이긴 하지만, "뱅크 잡"은 어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중간중간 (우리에게는 다소) 썰렁한 영국식 유머로 간을 치고, 인물과 이야기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긴장감과 속도감을 극전개의 원동력으로 삼아 만들어진 스릴러 물입니다. 그러한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가볍게 즐길만한 오락물로 "뱅크잡"은 괜찮은 선택일 것입니다.

P.S ...MI6였으면 그냥 007 시켰으면 간단했을텐데...

P.S2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56년(쯤이던가..)에야 이 사건에 대한 기밀문서가 공개된다고 하네요. 볼 수 있겠죠? 그나저나 케네디 대통령 암살 관련한 CIA문서의 기밀 보관기간이 언제까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