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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F '08 리뷰]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2008)

해피 고 럭키
마이크 리 감독의 신작 "해피 고 럭키"라는 포피라는 30세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해피'라고 정의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만사에 걱정이 없고, 긍정적입니다. 길가에 세워놓았던 자전거가 도둑맞아 없어지자, '어떻게 하니,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하는 식입니다. 그녀는 그저 눈 앞의 현실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의 쾌활한 성격은 어쩌면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에는 딱 들어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피는 교사로서의 자신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도 충실하고, 자신의 삶도 즐길 줄 아는 독신여성이라... 어쩌면 우리네 골드미스들이 동경할 롤모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포피는 결국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하고, 운전교습을 신청합니다. 그녀의 운전교습 강사는 스콧이라는 무뚝뚝한 남성입니다. 활발한 포피의 자유분방함은 '엔라하!'를 외쳐대는 스콧의 원칙, 까칠함과 계속 충돌을 일으킵니다. 스콧의 갖은 구박 앞에서도 포피는 꿋꿋이 자신의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려 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결국 스콧은 포피의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며 새로운 것들에 눈을 뜨게 되겠지만, 이 영화에서 포피와 스콧은 결과적으로 파국을 맞습니다. 포피와 스콧은 서로 섞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마이크 리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행복 바이러스의 전파에도 결국은 한계가 있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포피는 계속 그렇게 살 것이고, 스콧은 또 그대로 그렇게 살 것이라는.

"해피 고 럭키"는 포피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이기에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데는 포피의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포피의 그 활발함, 긍정적인 마인드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은 아마도, 그녀의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녀를 보니 참 즐거웠다.'라고 하실 겁니다. 해피함으로 넘쳐나는 그녀는 어쩌면 피곤하고, 우울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효과도 낼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공감할 수 없는 포피의 캐릭터에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느끼실 겁니다. 포피는 만사에 과하게 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이 과도하게 긍정적입니다. 결혼을 한 동생이 미래준비에 대해 물어보자, '연금도 안내고 있다'고 해서 동생을 놀라게 합니다. 그녀는 미래 대비에는 별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지금의 즐거움만이 그녀의 관심사입니다.그리고, 자신의 그 행복감을 전파해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포피는 학교에서 친구를 때린 아이가 상담을 받는 것을 지켜보고는 그 상담방법을 그대로 한 부랑자에게도 시도합니다. '다 알아요. 말해봐요.' 우리는 이것을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합니다. 그녀의 오지랖은 스콧이라는 존재 앞에 오해 끝에 최악의 결과로 끝나게 됩니다. 포피는 스콧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을 뿐이예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콧이 그녀에게 받은 것은 그녀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친구 조이가 말합니다.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는 없어.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거야.' 포피는 답합니다. '기회를 놓치는 사람도 있어.'

뉘앙스를 보면, 제가 그녀의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캐릭터에서 짜증을 느꼈는지는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마치 스토너 무비에 등장하는, 마리화나에 취한 인물 같습니다. 그 정도로 포피는 과합니다. 포피의 해피 바이러스가 다가오기에는 그녀의 캐릭터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적절한 유머도, 평범하지 않은 극의 마무리도 좋았지만 가장 큰 포피의 캐릭터는 포용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P.S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증오와 혼돈의 상징인 조커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해피함으로 무장한 포피가 더 무섭습니다-_-

P.S2 주변에 포피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