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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추적 (Sleuth, 2007)

추적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추적"은 앤서니 셰퍼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저명한 스릴러 소설가 앤드류 와이크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은 같은 연극을 원작으로 한 조셉 L. 맨키비츠 감독의 1973년 작 영화에서 2007년 이 영화에서 주드 로가 맡은 마일로 틴들 역을 맡았다고 하니 나름 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전 보지 못했습니다만...)

영화는 원작이 연극이었다는 점을 굳이 알지 못하더라도 그런 낌새를 느낄 정도로 연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몇몇 외부의 배경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영화의 거의 모든 이야기와 사건은 앤드류 와이크의 교외 저택 내부의 세트에서 진행됩니다. 저택 내부의 모습도 일반적인 영화의 세트와는 다른 좀 이질적인 모습입니다. 영화는 마이클 케인이 맡은 앤드류 와이크, 주드 로가 맡은 마일로 틴들 이 두 명이 주고받는 대사로만 진행됩니다. 일종의 2인극 형태의 모습을 취하고 있기에 주변 세트 등도 의도적으로 더 연극적인 느낌을 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처럼 극단적(?)으로 연극적 요소를 영화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영화에는 와이크와 틴들 두 명의 캐릭터만 등장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한명의 캐릭터가 더 등장합니다. 와이크의 아내이자 틴들의 애인인 메기입니다. 와이크와 틴들이 마주하게 된 원인은 모두 메기 때문입니다. 메기는 와이크에게 이혼을 요청하지만, 와이크는 그것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그래서 애인인 틴들이 그를 직접 대면해 메기를 자기 것으로 확실히 하려합니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를 속이고, 서로에게 속으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게임을 벌이게 됩니다.

사실, 이 둘은 첫 대면부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온 틴들은 문 앞에서 벨을 누릅니다. 문을 연 와이크는 틴들에게 묻습니다. '차를 타고 왔습니까? 당신의 차는 어떤 것이죠?' 틴들은 자신이 타고 온 차가 아닌 오른쪽의 더 큰 차를 가리키며, 그것이 자신의 차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와이크가 말합니다. '당신의 차보다 큰 차는 내 차입니다. 참 괜찮은 차죠?' 이렇게 두 사람의 게임은 시작됩니다. 둘은 서로 참 다릅니다. 와이크는 수많은 스릴러 소설을 펴내 명성이 자자한 작가이고, 틴들은 와이크가 미용사로 잘못 알고 있었긴 하지만, 무명배우입니다.
(원작에서는 원래 틴들의 직업이 미용사였다고 하니, 일종의 원작에 대한 헌사겠지요?) 와이크는 노인이지만, 틴들은 젊은 청년입니다. 와이크는 점잖고 고상해보이지만, 틴들은 가볍고 싸 보입니다. 와이크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의 연기는 역시 눈에 띕니다. 찰나의 순간에 선한 인상에서 계략을 가득 품은 음흉한 노인으로 변모하는 그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말썽꾸러기 도련님 뒤치다꺼리 하기 바쁜 알프레드는 잊으십시오. 그런 케인의 모습에 주드 로 역시 뒤쳐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간의 주드 로의 이미지입니다. 잘나가는 바람둥이의 이미지 때문인지, 저렴해보여야하는 틴들의 캐릭터에는 약간의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둘이 맞부닥치는 연기대결이 이 영화의 볼 거리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캐릭터라고 말한 메기는? 메기는 영화상에서 직접 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와이크와 틴들이 그녀 문제로 만났지만, 그녀는 등장하지 않는 다라... 예상하셨겠지만 그녀는 일종의 맥거핀입니다. 시발점은 그녀였고,  서로의 게임 도중 그녀의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는 하지만 그녀의 역할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영화는 와이크와 틴들의 게임입니다. 와이크는 틴들에게 자기가 제안한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며 '지금 내가 하는 게 너인 거야. 네가 나에게 이렇게 하는 거지.' 라고 말합니다. 틴들은 그 말로 인해 그 다음 행동에 혼란을 겪습니다. '지금 이게 당신인가요? 아님 나인가요?' 이처럼 영화는 게임에서의 우월적 위치가 바뀌면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 결정적인 아쉬움은 이야기의 단순한 구조입니다. 두 사람의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승부의 모습과 그 결말의 구조가 지금에서 보면 그다지 크게 흥미를 끌 만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야 물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심심한 감이 다분합니다. 꼭 어떤 자극적인, 그래서 충격적이라고 말할 반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은 가짜/두 번은 진짜로 이어지는 결말은 예상 가능한 범주이고 그렇다보니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