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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매직 아워 (ザ マジックアワ: The Magic Hour, 2008)


매직 아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미타니 고키 감독의 신작, "매직 아워"는 어쩌면 뻥의, 뻥을 위한, 뻥에 의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거짓말보다는 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영화의 시작은 얼핏 보기에도 이국적인 모습의 거리와 건물에서 시작됩니다. 보스의 애인인 마리(후카츠 에리 분)와 위험한 사랑의 한 때를 즐기던 빙고(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그들의 관계를 알아챈 보스의 부하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다리에 달고서는 바다 속 물고기밥이 될 위험에 처한 빙고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보스가 찾던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를 자기가 안다고, 그래서 데려오겠다는 거짓말을 해 목숨을 구합니다. 그렇지만 데라 토가시를 알지도 못하는 빙고는 결국 무명배우 무라타(사토 코이치 분)를 보스 앞에서는 데라 토가시로 연기하게 하고, 무라타 본인에게는 영화 촬영이라고 속이게 되면서 점차 사건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앞서 말한, 영화의 무대가 되는 이국적인 항구 도시의 모습은 모두 다 세트입니다. 빙고의 가게 직원인 나츠코(아야세 하루카 분)는 빙고와 이야기하면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마치 우리는 영화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이 모든 일이 영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합니다. 세트로 지어진 영화의 배경에서 이처럼 현 상황을 영화에 빗대어 한탄하는 나츠코의 모습은 영화라는 허구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관객에게 그것을 재확인 시킴과 동시에 극 속에서는 또다른 사건, 빙고가 그것을 보고 또다른 뻥을 만들어내는 촉발제 역할을 합니다.

빙고는 자신의 정체를 신인감독이라고 소개해 무라타를 자기의 계획에 끌어들이고, 무라타는 실상도 모르고 그저 배우로서의 자신의 연기에만 충실합니다. 무라타 본인이 의도치 않았지만, 그가 한 것은 빙고의 보스와 보스의 부하들에게는 뻥인 것입니다. 애초에 빙고의 계획에서 나온 뻥은, 무라타의 이 뻥으로 전이되면서 주체할 수 없는,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점차 번져갑니다. 이 전개의 과정은 관객들에게는 말 그대로 폭소의 바다입니다. 미타니 고키는 영리하게도 세트로 지어진 무대와 그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툭 제시해놓은 후에, 이것은 가짜이니 앞으로는 그것을 보고 그냥 즐겨주세요 하는 식으로 이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함이 아닌, 재미난 허구로 그려내는 미타니 고키의 솜씨는 인상적입니다.

이제 또 다른 중요 요소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배우입니다. 빙고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지게 2:8 가르마를 빗어올린 코믹한 모습으로 열연합니다. 그리고 무라타 역의 사토 코이치는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영화의 처음에서 '매직 아워'에 대해 설명을 하는 그의 모습과 이어서 영화 속 가짜영화의 진지한 연기로 인한 코믹함, 그 코믹함 뒤에 배우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는 그의 열정은 진정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주제 그 자체입니다. 영화는 빙고와 무라타 외에도 수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조합으로 큰 웃음을 자아내는데, 각 캐릭터들을 연기한 다른 배우들 역시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이쁜 아야세 하루카..퍽!)

"매직 아워"는 전개를 통해 있는대로 크게 벌여놓은 사건의 마무리 역시 참으로 상쾌하게 뻥을 이용해 이끌어냅니다. 보스에게 또 다른 가짜 상황극을 준비하다가 일은 의도치 않게 흘러가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원래의 그 뻥의 계획대로 나아갑니다. 그 결말에는 영화 속 모든 이들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상황이 주는 커다란 웃음과 무라타의 모습이 주는 감동을 큰 무리없이 가득 담아내고 있습니다. '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매직 아워"는 더없이 큰 웃음을 주는 선물보따리로 다가갈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