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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산타를 믿으세요?

폴라 익스프레스

자기 뜬금없이 무슨 산타 이야기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어제는 용산CGV에서 "폴라 익스프레스"를 봤습니다. 2004년 작을 지금에서 와서 다시 본 이유는 당시에 극장에서 보는 것을 놓쳤거든요. IMAX DMR 3D임에도.. 그래서 이번에 12월 15일까지 상영한다기에 기회될때 부랴부랴 챙겨봤습니다. 보통 이 "폴라 익스프레스"를 두고 IMAX DMR 3D의 레퍼런스라고들 하십니다. 역시나 그 말은 맞더군요. 얼음계곡에서의 질주는 참으로 짜릿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근래 개봉했던, 같은 로버트 저멕키스의 "베오울프"보다도 나은 느낌입니다.

뭐, 이야기는 이런 기술적인 감흥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 적인 면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은 점은 AV 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집에서 보는 것이랑은 차원이 틀리지요.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집에서도 물론 봤던 영화고 (추가로 아마 TV에서도 방영했었죠?) 하니 단순히 3D라는 면에서만 좋을 줄 알았는데 나이 스물다섯 먹고 감동을 해버렸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 꼬마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방울을 찾습니다. 산타에 대한 믿음을 찾으면서 꼬마는 들리지 않던 종소리를 듣게 되지요. 그리고 꼬마의 여동생도 그 종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남매의 엄마아빠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친구들과 동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점차 그 소리를 못 듣게 되었지만, 꼬마 자신은 나이가 들어서도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벨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음이란 곧 순수함일 것입니다. 의심 없는 믿음이란 순수함이 있어야만 존재하니까요. 아이들의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영화에서들도 많이 보입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아직 영화가 그 쪽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페번시 가 아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나니아에 대한 기억을 잊고, 막내 루시만이 나니아를 기억하고 갈 수 있게 됩니다.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도 옷장에 몬스터가 산다는 아이들의 귀여운 순수함에서 출발한 경우였고 말이죠.

요즘은 제게 그런 순수함이 그립습니다. 비록 이미 산타에 대한 믿음은 오래 전에 깨졌지만 말입니다.(어릴적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버지가 우산 선물 두고 가시는 것 봤다는...) 아니, 어쩌면 어린시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고(무지의 의미가 아닌), 순수했고 그래서 걱정이 없던 그때가 말입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이지만, 이런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은 그만큼 요즘 이것저것 피곤한 일이 많아서인가 봅니다.

경제도 어렵고 그래서 여러모로 힘들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요행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어릴 때처럼 산타할아버지에서 선물 하나쯤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내 눈 앞의 아쉬움을, 어려움을 잠시만 치워달라고 말이죠. 그 잠깐의 쉬어감이 때론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한번쯤은 믿어보세요. BELIEVE.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