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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트와일라잇 (Twilight, 2008)

트와일라잇
사실 이런 영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기는 개인적으로 조금 그렇습니다. 다분히 10대 소녀들의 로망에 기댄 영화를 20대 중반의 남자가 유치하느니 어쩌느니 하는게 우습거든요. "트와일라잇"은 전적으로 그 나이대의 소녀떼(?)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혹시나 모르겠는데, 아직 환상 속에 살고 계시는 20대 초반의 여성분들까지도 포함될지도 모르겠네요. 10대 소녀 취향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멀게는 "캔디 캔디"나 우리나라에서 귀여니 소설 원작으로 영화화된 "늑대의 유혹"과 비슷한 감성으로 읽혀질 수 있겠습니다. 뱀파이어물이라는 외형적 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정서 자체는 순정만화 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청아 보다 이쁘고, 남자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이 강동원만큼 잘 생긴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영화는 엘리자베스 스완(크리스틴 스튜어트 분, 이하 벨라)이라는 소녀가 새로운 남자와 삶을 이룬 어머니의 짐이 되기 싫어 친아버지가 살고 있는 외진 마을로 오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이 소녀는 나름 당찬 느낌도 나고, 자기 말로는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이런 캐릭터 참 흔하죠?) 전학을 온 학교에서 벨라는 눈깜짝할 사이에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의 상황들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이는 에드워드 컬렌이라는 (영화 상에서의 설정은) 잘 생긴 남학생입니다. 우산 속에서 샤방하게 등장하던 강동원 처럼 에드워드는 (하얗게 밀가루칠한 얼굴을 스크린 가득 채우며) 슬로우 모션으로 '나 멋있는 놈이다'를 강조하며 첫 등장을 알립니다. 벨라는 에드워드에게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만, 그는 왠지 모르게 벨라를 까칠하게 대합니다. 그러던 얼마 후, 에드워드가 먼저 벨라에게 다가오게 되면서 둘은 가까워집니다. 그러면서 벨라는 에드워드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순정만화 류의 감성이 뱀파이어물과 결합된 것에 다름이 아니기에 영화 상에서 표현되는 에드워드와 벨라의 사랑은 행동도 대사도 참 닭살 돋기 그지 없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펼치던 초원에서의 러브모드를 봤을 때의 느낌보다 좀 더 하다고 할까요. 그런 사랑이다 보니 영화에서 에드워드가 뱀파이어라는 점은 벨라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Power of Love' 일 뿐이지요. 그렇다보니 서로 다른 존재에서 올 수 있는 흥미, 이질적인 두 존재 사이에서 오는 극중의 긴장감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둘의 사랑을 훼방놓는 사악한 뱀파이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최소한의 액션/볼거리를 동반한 흥미거리를 주기 위한 것이지 결코 극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일종의 통과의례인 댄스파티를, 그곳에서의 사랑 확인을 최종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상에서는 지속적으로 댄스파티를 향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열망이 나타나는데, 이는 이 영화를 보는 그 나이대의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그래서 집중케 하는 효과를 냅니다. 감독 캐서린 하드윅은 그렇게 그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아 놓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이들에게는 그것은 별 관심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캐서린 하드윅의 연출은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데도 취약하고, 상황과 상황의 전환에서도 그리 매끄럽지 못합니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른다고 할까요.

차기작의 감독도 교체가 되었고 했다지만, 사실 후속작에 대해서는 별 기대가 안됩니다. 어차피 다음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든간에 그 영화가 개봉하면 기를 쓰고 가서 볼 소녀떼들의 수요가 (적어도 미국에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냥 누워서 떡먹는 격이니까요. 다만 헐리우드 '뱀파이어 로맨스' 물이라는 점에서 봤을때 괜시리 "렛 미 인"의 헐리우드 리메이크작이 더없이 걱정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