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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달콤한 거짓말 (2008)

달콤한 거짓말
로맨틱 코메디 "달콤한 거짓말"은 어쩌면 박진희의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녀가 이 영화를 살리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야기로만 치면 그냥 진부합니다.

여기에 서른을 곧 앞둔 한 여성 방송작가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지호(박진희 분)입니다. 명색이 방송작가이긴 하지만, 그녀가 맡은 프로그램은 조기종영되기 일쑤고, 이번에 맡았던 프로그램도 애국가 시청륭에 밀리면서 그녀는 백수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도 차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차의 주인은 그녀가 10년전부터 짝사랑해오던 선배 오빠 강민우(이기우 분) 입니다. 그는 지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때부터 지호는 기억상실인 것처럼 위장해 민우네 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지호와 어릴때부터 친구이자 옆집에 살던 동식(조한선 분)이 그녀를 알아보게 되면서 일은 점차 꼬이고, 그녀의 거짓말도 계속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호 친구의 말처럼 'TV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영화는 애초부터 지적될 수 있는 클리셰들을 인정합니다. 그것은 이미 감안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그런 클리셰들의 전복이나 재조합을 유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뻔하디뻔한 클리셰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앞서 말한 이야기와 같이 진부하다라고만 볼 수 없는데에는 배우 박진희의 덕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슬랩스틱부터 다양한 얼굴 표정까지, 그녀는 웃음을 위해서 말그대로 최선을 다합니다. 발랄한 그녀의 매력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웃음이자 미덕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정작 그의 상대역인 두 남자 배우는 별다른 매력이 없습니다. 조한선은 미남이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추레한, 다분히 평범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연기하는데, 그의 장점을 그런 역에서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이기우는 말 그대로 뻔하고 평범한 역할이고 말입니다. 이 두 주연급 조연남자배우들보다는 차라리 그보다 비중은 적은 지호의 동생 역의 김동욱이나 카메오 출연 정도인 DOC의 정재용이 만들어낸 상황이나 대사가 재미를 주는데는데 더 도움이 되고, 그래서 눈에 띕니다. 다시 정정해보자면 박진희와 조연들의 영화라고 할까요.

"달콤한 거짓말"의 아쉬움은 클리셰들을 이용한 재해석이나 전복이 없이 다분히 클리셰들을 적당히 다지는데만 주력했다는 것입니다. 박진희라는 배우의 덕으로, 그리고 크게 보자면 감독의 연출로 그런 부분이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큰 훅이 없는 모습은 그저 평범하기만 한 로맨틱 코메디 물로 그치게 만듭니다. 하지만 평범한 로맨틱 코메디물도 제대로 못만드는 우리나라 영화계를 두고보면, 그렇게 평범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