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Review

[리뷰] 트로픽 썬더 (Tropic Thunder, 2008)


트로픽 썬더
영화 "트로픽 썬더"는 '뻥의, 뻥을 위한, 뻥에 의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라? 당신, "매직 아워"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했잖아? 두 영화는 거짓말로 시작된 사건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주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참으로 닮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영화를 만든다는("매직 아워"는 그조차도 가짜고, "트로픽 썬더"는 나름 진짜 영화를 만든다고 하는 차이가 있지만 후자 역시 결국은 시작하자마자 그게 물건너가니) 공통점도 있고 말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트로픽 썬더"는 풍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로픽 썬더"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드는 베트남전쟁 배경 영화가 통제할 수 없는 배우들과 신인감독의 어리숙함으로 위기에 봉착하자 그 해결을 위해 배우들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그들을 진짜 정글에 던져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어쩌면 시작부터 풍자라는 점을 공고히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본편이 나오기 전에 광고 및 영화 속 주연 배우들의 이전 영화 트레일러를 틀어줍니다. 이는 곧 등장할 배우들의 캐릭터를 사전에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목적성, 실제 영화관에서 관객이 영화를 보는 과정(본편 상영 전, 광고를 보고 다른 영화 예고편을 보고, 또 광고를 보고 또 광고를...CGV는 이짓을 무려 10분 가까이!)을 영화상에서 반복하면서 이 영화의 실제성을 강조하는데, 곧이어 실제 본편에서 펼쳐지는 영화 제작과 그에 관련된 주변 이야기, 황당한 상황과 모습들은 그러한 임의대로 만들어진 실제성이 진짜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로픽 썬더"는 현실 풍자를 위한 메타 영화입니다.

액션영화 속편만 찍어나가며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연기력에 대해 비판을 받는 액션 스타, 화장실 코메디로 유명한 마약중독의 코메디언, 메소드 연기에 스스로를 바친 배우, 정신없고 어처구니 없는 영화 제작 환경, 윽박지르는 영화제작자, 거기에 배우에게 위성TV를 안달아줬다고 두꺼운 계약서를 들이밀며 화내는 배우의 매니저까지... "트로픽 썬더"는 영화 속의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비꼬고 조롱하면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영화 속에서의 배우들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시끌벅쩍한 대사와 각종 상황으로 인한 폭소도 더해져서 "트로픽 썬더"는 말 그대로 빅웃음을 주는 코메디로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이는 메인급의 배우들이 아닙니다. 물론 그 메인급 인물들도 자신의 몫을 단단히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인상으로 자리잡은 것은 뚱뚱한 대머리 영화제작자로 분한 탐 크루즈입니다. 단단히 분장한 그의 외모적 특징 뿐만 아니라, 그의 저질(?)는 신선한 충격과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탐 크루즈를 이렇게 만들다니...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의 인맥과 파워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트로픽 썬더"는 골든글러브 남자조연상 후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탐 크루즈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코메디에 냉정한 아카데미가 그를 조연상 후보에 올릴지도 미지수고, 설사 노미네이트 된다해도 히스 레저를 제치기에도 버겁습니다. 이런 상들이 중요는 하겠지만 설령 수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출연했던 "트로픽 썬더" 겁나게 웃겼던 영화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