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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분노의 핑퐁 (Balls of Fury, 2007)

분노의 핑퐁
영화 "분노의 핑퐁"은 헐리우드에서도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B급 코메디 장르의 영화입니다. 스포츠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벤 스틸러의 "피구의 제왕"이나 윌 페럴의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 영화들만큼 웃기다거나 재밌지가 않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때는 1988년 서울올림픽. 천재적인 탁구 실력으로 12세에 세계 재패를 눈앞에 둔 랜디 데이토나가 보입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그는 패하고 아버지를 잃습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후, 과거의 귀여운 꼬마는 간데없고 헝클어진 머리에 배불뚝이 뚱보가 쇼무대에 서있습니다. 랜디는 그렇게 망가진체 세월을 보내고 있던 중 FBI의 요청으로 미스터 펭이라는 괴사나이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펭이 주최하는 탁구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그렇기도 하고 이런 영화에서 관객들이 바라고 있지도 않듯이 이야기의 개연성은 별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어 어떻게 웃겨줄지가 관건입니다. 영화의 주연인 랜디 역의 댄 포글러는 외모로만 본다면, 그리고 영국 하드록 밴드 데프 레파드의 음악에 맞춰 탁구채로 연주하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자면 마치 잭 블랙과도 닮아보이지만, 잭 블랙에게서 웃음기를 싹 뺀 버전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 랜디 역의 댄 포글러가 결정적으로 웃기는 장면은 없습니다. 펭 역으로 등장해 괴상한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망가져주는 크리스토퍼 월켄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우리말 대사, "히어로즈"의 마시 오카의 카메오 등장 정도만이 아주 잔잔한 웃음을 제공해 줍니다.

웃음기가 쫙 빠진 코메디 영화 속 황당한 상황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그저 낯부끄러울 뿐입니다. 정형돈 씨는 안웃긴게 컨셉이라, 그리고 그 컨셉을 통해 역설적으로 웃기기라도 하지, 코메디 영화가 웃음이 없으면 이거 좀 문제있잖습니까.

P.S 사실 이런 류를 좋아해서 나름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에 보니 2월 5일 개봉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서 예매하려고 찾아보니 없던 차에 애초 개봉일이었던 날에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되었네요. 그럼 개봉은 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