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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킬러들의 도시
시사회를 보고 나오는 길에 팜플렛을 모으는지라 "킬러들의 도시" 팜플렛을 찾아서 뽑아들었습니다. 전 단언합니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소리소문없이 묻힌다면 그것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관객들로 하여금 전혀 엉뚱한 영화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하게 만들어버리는 한글 제목과 홍보문구의 조합 때문입니다.

"킬러들의 도시",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죽여라. 그리고 즐겨라!!' '2009년 3월 품격있는 킬러들의 액션이 온다!'

영화는 살인청부 임무를 완수한 두명의 킬러가 런던을 떠나 숨어있으라는 지시를 받고 벨기에의 브리주(외국지명은 이래서 어렵습니다. 백과사전에서는 브뤼헤, 브뤼주라고도 하고, 브뤼게라고도 하며 다 제각각으로 불리니...)로 오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킬러 중 한명은 콜린 파렐이 연기하는 레이로 그는 브리주를 시궁창 같은 도시라고 하며 불평합니다. 다른 한 명은 브렌든 글리슨이 연기하는 레이의 선배 킬러 켄으로 그는 이 브리주를 너무도 마음에 들어하며, 불만을 토하는 레이를 진정시키며서 아름다운 브리주를 둘러보자고 합니다. 이들이 기다리는 다음 지시의 명령자는 해리(랄프 파인즈 분)라는 인물로 그는 어릴때 경험했던 브리주가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었다며 켄에게 그 곳에서의 경험을 레이의 마지막 선물로 줄 수 있어 좋았다 말합니다. 마지막 선물? 해리는 켄에게 레이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영화는 결코 어떤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유럽에서 중세유럽이 가장 잘 보전되어 있다는 유명한,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브리주에 그런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명의 킬러들이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과 그 킬러들의 각각의 뚜렷한 개성들이 빚어내는 화학작용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툭툭 나오는 유머들이 더해져 영화는 웃음이라는 요소도 잃지 않으며,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의 전개는 흥미를 더합니다.

레이와 켄은 브리주의 박물관에서 그림을 둘러보는데, 레이는 생리박피형을 그린 제라르 다비트의 "캄뷔세스 왕의 재판"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립니다. 그 잔혹한 형벌은 실수로 아이를 죽이고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레이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이어서 레이는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최후의 심판"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하며, 그 중 연옥을 지목합니다. 은총을 받기는 했으나 경미한 죄를 사함받지 못한 상태, 죽어 마땅한 죄를 사함받은 상태, 불완전한 상태, 또는 악습 등 모든 더러움을 씻음받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이 죄를 모두 씻어 천국으로 가기전 기다리는 장소. 레이는 켄에게 최후의 심판과 사후세계, 죄책감, 죄악에 대해 믿느냐고 묻지만, 켄은 믿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레이에게는 누구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쉼터인 브리주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죄를 지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죄책감의 무게가 더해져 더욱 그를 옳메는 공간으로 변모, 연옥과 다름 없습니다. 그는 그것으로 인해 삶을 포기할 뻔 하지만 우연한 켄의 만류로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그 눈물을 본 켄은 레이는 이러한 삶이 어울리지 않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야한다고 느낍니다. 켄은 브리주를 마음에 들어하며 그 자신은 천국과도 같은 이곳이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할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둘의 변화과정에 들어서면서 세 번째 인물인 해리를 등장시킵니다. 해리는 정해진 룰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용서를 모르는 거친 사내로, 그는 결국 그런 지나친 신념에 사로잡혀서 우를 범하고야 맙니다.

브리주는 이 세 명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레이에게는 자신의 죄를 씻기를 기다려야하는 유배지인 연옥, 켄에게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며 머물고 싶은 천국, 해리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악행의 구렁텅이에서 언제가 돌아가고픈 천국입니다. 영화는 이 세 명의 브리주를 통해서 삶에 대해, 그리고 그런 삶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죄악과 그것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레이는 마지막에 이 곳 브리주에 묻히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고 말합니다. 연옥에 영원히 머무르며 천국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죄를 씻고 천국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레이의 바람입니다.

영화는 각각의 킬러들을 연기한 세 명의 배우들의 연기와 그 호흡을 보는 것도 재미를 주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국은 이 영화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마틴 맥도나입니다. 2006년 "식스 슈터"로 오스카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그가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인 이 블랙 코메디 영화는 그의 이름과 앞으로의 행보에 큰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P.S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영화로, 국내에는 오는 3월 5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