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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Son of Rambow, 2007)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영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우리에게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알려진 가스 제닝스가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1980년대의 한 영국 마을을 배경으로 두 명의 소년이 주인공인데, 이 이야기는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투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한마디로 하면 가스 제닝스판 "비 카인드 리와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엄격한 기독교 종파 집안의 윌은 그 종파에서 정해놓은 규율 때문에 TV도 시청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TV를 이용한 시청각 수업을 할때도 그는 TV를 보지 못하고 교실 밖에 홀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 윌이 즐겨하는 것은 그의 풍부한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해 공책에 그리는 것입니다. 윌의 세계는 바로 그 공책입니다. 그러던 중 윌은 학교에서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인 리와 만나게 되고, 마침 '나도 영화감독'이라는 프로그램에 보낼 영화를 만들 계획이던 리가 윌의 풍부한 상상력을 이용하기로 하면서 둘은 '람보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영화 만들기를 통해 두 꼬마들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종교로 인해 자신의 상상력과 자유를 펼칠 기회가 억압당했던 윌은 우연히 보게된 "람보"와 리와 함께 하는 영화 만들기를 통해서 진짜 자신이 원하던 자유를 만끽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윌이 그 자유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윌은 꿈 속에서 자기가 만들어놓은 각종 캐릭터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데, 애니메이션과 CG과 결합된 그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기자기함과 즐거움이 가장 극대화된 부분입니다. 이후의 영화 만들기 과정도 이러한 아기자기함이 이어지는데, "비 카인드 리와인드"를 언급했던 것도 단순히 영화만들기라는 소재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이는 각종 아날로그적인 소품 및 제작과정으로 인해서입니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그 소품들과 영화 촬영 과정은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합니다. 성장은 윌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말썽꾸러기 녀석, 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녀석이지만 괴롭힘을 당함에도 형에게는 싹싹한 아이로 영화 만들기는 리와 리의 형 사이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영화에는 이 두 아이가 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지만 조연급으로 등장해 또다른 서브플롯을 이끄는 캐릭터들 역시 주인공 두 아이 못지 않게 큰 웃음으로 눈을 사로잡습니다. 윌과 리가 다니는 학교로 교환학습을 온 멋쟁이 프랑스 학생과 그 프랑스 학생을 졸졸 따라다니면 심복 노릇을 하는 영국인 학생들이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영화 속의 감초 역학을 톡톡히 해냅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 외에도 감동과 두 아이의 이야기와 성장담을 통해 큰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입니다. 자신의 유년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할가요? 유머와 감동, 두 가지를 모두 잡으며 이야기를 풀어낸 가스 제닝스의 각본 및 연출은 썩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주말에 함께 극장가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가족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P.S 영화의 원제는 Son of Rambow 입니다. 어라?! Rambo가 아니죠? 이 이유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나오는 두 꼬마 녀석의 대화를 통해 아실 수 있습니다.

P.S2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영화로, 국내에는 오는 4월 16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