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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더블 스파이 (Duplicity, 2009)

더블 스파이
"본 트릴로지"의 각본/각색, 그리고 "마이클 클레이튼"이라는 인상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토니 길로이의 작품인지라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이 영화는 스파이와 거대 글로벌 (제약)업체의 베일 아래 경쟁이 드러나지만, 그저 밋밋하고 나른한, 굉장한 두뇌게임인 '척' 하기 바쁜 로맨스범죄스릴러물일 뿐입니다.

전직 MI6 요원인 레이(클라이브 오웬 분)과 CIA 요원 클레어(줄리아 로버츠)는 연인관계로 라이벌 기업인 'B&R'과 '에퀴크롬'의 경쟁 사이를 이용, 그들의 비밀정보를 빼내어 큰 이득을 얻으려 판을 짜게 됩니다. 원제인 'Duplicity'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즉, 겉과 속이 다른 음흉함을 뜻합니다. 레이와 클레어는 그들의 계획을 감춘체 각자의 기업 밑에서 그들을 돕는 사람으로 분해 임무를 수행해나갑니다. 이러한 '표리부동'은 그저 레이와 클레어가 각자의 기업들에게 하는 행동만은 아닙니다. 레이와 클레어는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진 계획의 전개과정에서 그들 각자를 서로 의심합니다. 첩보요원출신의 산업스파이라는 그들의 모습은 각자에게도 끊임없는 의심을 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리부동'은 결국은 그들의 계획을 뛰어넘는 무엇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자기의 계획대로 이뤄지고, 그래서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 자체가 '표리부동'함과 불합리함으로 가득차 있으니 말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일종의 불변의 진리입니다.

불변의 진리는 즉, 중요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너무도 일반적이라 별 주의를 끌지 못합니다. 영화는 이 주의를 끌지 못할 이야기만을 되풀이합니다. 레이와 클레어의 과거의 플래시백을 통해 주의를 환기해보려고도 하지만 오히려 영화를 필요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놓으며 관객의 머리를 흐뜨려놓는, 무리한 잔재주로 화할 뿐입니다. 그러한 복잡한 이야기 흐름을 좇아 영화의 마지막에 다달아 내놓은 최종 결론은 그 불변의 진리를 인지해오고 있던 관객들에게 허탈함만을 안겨줍니다.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 톰 윌킨슨, 폴 지아매티라는 좋은 배우들을 포진한 영화는 그들의 이름값에도 전혀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만사가 모두 잘 될 수는 없습니다. 토니 길로이가 이번 평작을 만들어놓는동안 비축해 놓은 에너지와 창작력이 있기를 바라며, 그의 세번째 연출작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