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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인사동 스캔들 (2009)

인사동 스캔들
소재는 신선합니다. 아니, 신선하다는 말보다는 시의적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모씨 스캔들,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 논란 등. 미술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분명 생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여러 사건들로 인해 적어도 관심만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복원과 복제, 그리고 미술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일종의 케이퍼 무비 형태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는 개봉 이전부터 국내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 같은 영화와 흡사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예고편을 통해 보이는 엄정화가 분한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은 "타짜"의 김혜수의 캐릭터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뭐, 그것도 홍보 입장에서는 관심이니 좋은 일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천재 복원가 이강준(김래원 분), 갤러리 비문의 회장으로 미술계의 큰손인 배태진(엄정화 분), 인사동 거리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권마담(임하룡 분), 그리고 이 외의 다양한 인물들(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만 세어봐도 일단 8명이죠?)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그린 후, 안평대군에게 안견 자신의 꿈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렸다는 '벽안도'가 등장하면서 이 많은 이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게 됩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캐릭터들을 등장시키지만 그 등장한 캐릭터들이 모두 유효타를 득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사실 그저 병풍에 가깝습니다. 권마담 역의 임하룡이나 호진사 사장 역의 고창석 등은 자신들이 연기한 캐릭터 속에서 고유한 특징을 부여 캐릭터성을 살려보려고 합니다만, 영화 상에서 주어진 캐릭터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합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잘 분배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그저 이강준이라는 인물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만이 중요시될 뿐이지, 다른 것은 주요 사항이 아닙니다. 그와 일종의 대립관계를 이루는 배태진은 외모 상으로의 카리스마는 상당하긴 하지만 그것 만큼의 실제적 역할이나 그녀에 대한 설명은 많이 부족합니다. 소재는 흥미롭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이 되고 만 캐릭터 활용은 이 영화의 전체적 감상에 크게 마이너스입니다. 효과적이지 못한 많은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실제 이상으로 복잡하게 끌고 나가며 그런 캐릭터들에 신경 쓰다보니 이 영화가 케이퍼 무비로서 관객에게 주어야할 일종의 쾌감은 상당히 빈약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정작 중요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빈약하고 허술한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떼쟁이니 상박, 회음수 등의 업계용어의 활용도 이미 이전 다른 이런 류 영화들에서 보이던 모습들과 너무도 유사한지라 그리 큰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킬링타임'용 영화에서 무엇을 바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영화에서도 적어도 기본적인 짜임새는 요구되기 마련인지라 그 점이 아쉽습니다.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소재와 캐릭터 뒤에 허술한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이 영화야 말로 가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