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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2009)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가 드디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은 샘 레이미의 명백한 "이블데드" 류로의 귀환입니다.

영화는 집시의 은목걸이를 훔쳐 저주를 받고는 끝내 지옥으로 끌려들어가고마는 한 소년의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프닝에는 한 권의 책이 보입니다. 마치 "이블데드"의 '죽음의 책'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이 영화 속 악마 '라미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 '라미아'의 저주에 영화 내내 몸부림 칠 이는 은행 대출창구를 맡고 있는 크리스틴(알리슨 로만 분)입니다. 어느날 그녀에게 한 괴상한 노파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집이 차압되게 생겼으니 자신을 불쌍히 여겨 제발 대출상환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노파는 부탁합니다. 마음 약한 크리스틴은 잠시 고민을 하고 점장에게도 부탁을 해보지만 '승진 기회'라는 현실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합니다. 기한 연장이 거부된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저주를 내리고 크리스틴의 삶은 엉망으로 변합니다.

"이블데드"와 같은 오컬트 소재를 중심으로 한 이 "드래그 미 투 헬"은 역시나 "이블데드"와 같은 방식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이를 극단으로 몰아붙입니다. '이블데드'에서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 '출입금지. 이를 어기고 들어올 시 그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음.' 이라는 경고판을 무시하고, 이 영화에서는 '승진' 앞에서 냉혹한 판단을 내려버립니다. 이 순간의 결정은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합니다. 이 실수와 잘못은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히지만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리는 끊어져있고, 용서를 빌 노파는 없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원죄의 무게는 결국 그들을 끝까지 가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공포와 함께 동시에 웃음을 배치합니다. "이블데드2"에서 저주가 걸린 자신의 손에 괴롭힘을 당하다 전기톱으로 그 손을 자르고야 마는 애쉬를 볼때의 그 것처럼 말입니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 크리스틴을 무는 노파는 틀니가 빠져서 침만 묻힐 뿐이고, 몸 속으로 들어간 파리는 그 안에서 웽웽거립니다. 초현실적인 악마와 상대를 할 무녀는 지극히 현실적이게도 돈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기묘한 공포와 웃음의 조합이 적응이 안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나 "이블데드"의 팬 분들이라면 더없이 즐거워할 모습입니다. 거기에 더해 약간은 어설픈 CG와 역시나 우스꽝스러워보이는 특수효과는 과거 만족스럽지 못했던 예산,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결과로 탄생해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던 B급 호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완벽한 완급조절입니다. 공포 분위기로 몰아갈때는 확실히 몰아가고 빠져야 할 때는 확실히 알고 빠지는 샘 레이미의 연출은 그 리듬감을 타는 재미가 영화의 8할을 차지합니다. 극사실적이고 잔인한 이미지의 나열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최근의 호러 영화들에게 샘 레이미가 "드래그 미 투 헬"을 통해 내놓은 대답은 압도적일 만큼 명확합니다. '이게 바로 호러다.'

"드래그 미 투 헬"은 포스터에 적혀 있는 홍보문구가 최근 영화들 중 가장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영화입니다. '익스트림 판타지 호러'. 샘 레이미가 준비한 이 공포의 롤러코스터에 어서 탑승하십시오. 그리고 즐기십시오.

P.S 애초에는 크리스틴 역에 "주노"의 엘렌 페이지가 캐스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고사하고 알리슨 로만에게 배역이 돌아갔는데, 엘렌 페이지 고마워요. 엘렌 페이지가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알리슨 로만은 더없이 훌륭히 동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