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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내 사랑 내 곁에 (2009)

내 사랑 내 곁에
'모든 사람은 죽는다. 스테판은 사람이다. 고로 스테판은 죽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삼단논법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입니다. 이에 따라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죽음이란 것은 결코 억울하거나 슬픈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죽음이란 녀석은 이성적/논리적 판단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정의 내리면서 이해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죽음과 사랑은 결코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는 이미 예견된 죽음을 향해 가는 한 남자와 사랑으로 그의 곁에 있고픈 한 여자의 이야기로, 죽음과 사랑의 공통분모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앞서 언급한 감독의 전작 "너는 내 운명"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바뀐 것처럼도 보이지만, 전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는 남자와 여자를 바라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 종우(김명민 분)에게 루게릭병이라는, 죽음이라는 결말이 정해진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죽음이 예견되어 있지만 종우와 지수(하지원 분)는 시쳇말로 죽음 앞에 쿨한 모습을 보입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으며, 누구나 맞이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수는 장례지도사로 죽음에 단련된 이입니다.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이 둘의 사랑을 그리며 영화는 이런 류의 스토리에 예상되는 신파의 분위기를 회피하려 합니다. 이 영화에서 중심인물은 종우와 지수이지만 영화는 이들 뿐만 아니라 종우와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 역시 비춥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돌아보려는 의미가 강합니다.

신파를 덜어내고 죽음을 되돌아보려는 영화의 의도는 눈에 들어오지만 그런 의도를 그려내고 전달하는데는 결과적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입니다.

우선 캐릭터들이 그리는 그들의 감정선의 흐름에 대한 표현이 미흡해 그들이 모습에 호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죽음과 사랑이라는 것이 이성적/논리적 판단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지만 영화라는, 이야기라는 틀을 통해서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이기에 어느 수준 이상의 이해를 위한 친절을 동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는 뻔한 신파는 피해보려고 하지만, 이런 류 이야기에서의 클리셰에서는 그다지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는 것은 클리셰로 정형화된 이미지를 통해 기대되는 반응이지 결코 이 영화가 바라보려는 방향에 대한 반응이 아닙니다. 죽음에 대해, 사랑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려고는 했지만, 결코 관객을 그 의도대로 따르지 못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주연배우 김명민의 감량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배우 김명민의 그 고생에 대해서는 그저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로 그의 영화계 에서의 행보는 실망이었고(영화를 선택하는 그의 안목이 특히), 그것은 이번 "내 사랑 내 곁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