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동사니

"트랜스포머 3"에 바라는 한가지.

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이하 트랜스포머3)의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한번 거대로봇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어찌됐든간에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현재의 블럭버스터 오락물 중 최고의 기대치를 모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말입니다. 1편의 성공, 2편의 미흡한 결과물을 거쳐 시리즈의 최종편이 완성이 되었고, 곧 그 결과물이 모두에게 공개되기 이전에 개인적인 3편에 대한 바람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편, 그리고 2편을 되짚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예쁜 여자 친구와 빨간 차도 갖고 싶었지만. 
                                                              - 이승환 "덩크슛" 中

"트랜스포머" 1탄을 떠올려봤을 때, 언제나 생각나는 것은 이 가사 입니다. 비록 이승환은 여자친구와 빨간 차 보다도 덩크슛을 원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덩크슛보다는 바로 저 가사 속 대상이 원하고, 갖고 싶은 대상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트랜스포머"는 바로 그 바람을 이뤄주는 영화였습니다. 자신의 첫 차에 들뜬, 그리고 미카엘라를 원하는 샘 윗위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남자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1편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러한 욕망의 대리구현이 아니라 이 영화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여타 영화와는 다르게 주제가 있고, 그 주제가 영화 속에 녹아들어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때려부수기만 하는 영화에 뭔 주제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1편에는 주제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가 영화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소년의 성장'. 영화는 이 주제를 정말 마이클 베이 영화스럽지 않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샘 윗위키는 미식축구부 입부 테스트에서 처참하게 떨어지고, 그 이야기로 미카엘라 앞에서 창피를 당합니다. 애써 취재를 위해서였다고 둘러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불쌍한 녀석. 그러던 샘이 후반부에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심을 질주합니다. 미식축구의 러닝백처럼, 큐브를 공처럼 들고는 전력질주를 해 메가트론의 가슴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킵니다. 그렇게 한발 더 어른을 향해 나아가는데 성공한 샘에게 주어지는 것은 바로 예쁜 여자 친구와 멋진 스포츠카입니다. 단순하지만, 이것이 마이클 베이의 영화라는 점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샘이 한층 성장한 것처럼 마이클 베이도 성장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2편은 굳이 주제를 언급하자면, '성장한 소년의 독립기' 정도일 것입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자기 혼자 자립의 길에 들어선 소년의 두려움과 포부....를 기대했지만, 그딴건 없고 예전의 마이클 베이마냥 그저 때려부수기에만 온갖 치중을 다한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2편이 혹평을 얻었던 것은 그냥 스토리가 부실해서라기보다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상실했기에 이야기의 원동력이나 흡입력 자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데에 기인합니다. 1편이 갖는 신선함이 무기로 작용할 수 없는 속편의 특징상 이 약점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떨까요? 포스터에 적혀 있는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면전'(...정말 뻔하디 뻔한 카피.)이라는 카피나 그간 공개된 내용으로 보건데, 주제는 '생존'이 아닐까 합니다. 완전히 성장한 독립된 개체의 자기 스스로의 생존. 샘 윗위키는 어떤 고난이나 재앙 속에서도 결국에야 살아남겠지만, 그 살아남는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그 과정에 주제를 살리는 이유가 있기를. 최소한 1편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을 보여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조차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누구랑 이니셜은 똑같아서 할줄 아는건 무식하게 그냥 냅다 때려부수는 것 밖에 없다고 평생 마감독을 깔겁니다. (...저, 잡혀가는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