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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식객 (2007)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게 있어서의 가장 큰 숙제는 두 분류의 관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일 것입니다. 첫번째 부류의 관객들은 원작 만화의 팬들, 두번째 부류는 영화로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부터 내리자면 영화 "식객"은 위의 두 관객 집단 어느쪽에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참 재밌게 봤습니다. 군복무시, 이동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에서의 감동, 그리고 알지 못했던, 혹은 알았지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들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의 제작소식을 듣고,큰 기대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성찬역에 김강우, 봉주역에 임원희, 진수역에 이하나. 허영만 화백의 다른 작품을 원작으로 한 "타짜"보다 네임밸류에서 조금을 떨어지는 배우들이라 내심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원작이 괜찮으니까.. 라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식객
허나, 영화 속의 캐릭터는 원작의 그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국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착한 주인공 성찬, 찌질이 악당 봉주, 단순 조역 진수. 원작과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달라진 캐릭터는 배신이라는 생각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특히나, 성찬) 2시간 분량의 영화 속에서 원작의 긴 분량 동안 축적해 놓은 캐릭터성을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나, 다른 어느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다 못해 뻔한 캐릭터로 변한 셋을 보며, 허탈함이 드는 것은 팬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팬이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평범한 캐릭터들은 불만으로 보일 것입니다.

팬의 관점에서 떠나, 영화를 보는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에서도, 요리의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음식을 통해 감동을 주는 점에서 영화 "식객"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원작의 대령숙수 에피소드와 소고기전쟁을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령숙수의 칼을 찾기 위한 요리대결을 펼친다는 기본 줄거리가 나오게 됩니다. 대령숙수의 칼을 위해서 등장한 팩션적 요소인 일본인의 등장과 사과에서 또 불필요하게 국민적 감정을 건드릴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차치하고, 그 후 영화의 전개는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요리전쟁, 최고의 맛은 오직 하나!' 라는 카피와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요리대회에 참여하게 된 성찬과 봉주는 요리대결을 펼칩니다만, 요리가 중심에 서있지 않습니다. 1차전, 2차전이 그나마 요리가 보여지는 부분입니다만, 그 짧은 부분에서도 조차 결국은 성찬과 봉주의 대결에만 모든 것인 집중되어 있을 뿐, 요리는 크게 중점적으로 부각되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요리 과정에서의 모습도 화면이나 편집이 흥미를 끌거나 인상을 줄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만화가 원작이라는 모습을 보이려는 듯한 영상 편집이 영화 속의 음식의 맛을 보여주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러한 결과로 심사위원들이 말로, 이것저것 찬사를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보는 관객에게는 음식의 맛이 크게 다가오지를 않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중 픽사의 "라따뚜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요리의 맛과 스토리적 연계가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으나, "식객"에서의 그 음식의 맛은 그냥 영화 속 심사위원들의 말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스토리는 여러 이야기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나가면서, 스토리의 집중성이 떨어지고 산만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그 중 숯을 만드는 부분에서의 봉주의 행동은 너무나도 뻔하고, 예상 가능한 전형적 악당의 행동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병렬적 구조로 영화는,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한 것 같으나 결국 영화의 전개에는 오히려 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엔딩 역시 결국은 단순한 권선징악적 마무리를 지으면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 지나치게 평범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어집니다.

이처럼 영화는 팬의 입장에서는 실망감을 얻을 뿐이면,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킬링 타임용'의. 그러나 '킬링 타임용'이라 하기에도 허술함이 눈에 띄고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도 개봉일을 못잡고 밀리다 개봉한 이유는 위와 같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나 기대가 컸지만, 그 기대를 큰 실망으로 갚은 영화 "식객". 아마 20자평을 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맛도, 감동도 찾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영화." 김래원, 남상미 주연으로 제작되어지는 드라마 "식객"이나 기대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