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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킹덤 (The Kingdom, 2007)

영화 "킹덤"은 요즘 헐리우드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는 '포스트 9.11'을 다룬 영화입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그에 따른 아랍권의 갈등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니, 그리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에서 석유를 둘러싼, 그로 인해 변화되어 가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그 후의 테러의 폭파장면과 총격 장면. 영화의 처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의 강한 인상과 달리, 그 후 영화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입니다. 행정부와의 마찰을 빚은 후, 뒷거래를 통해 사우디로 날아온 FBI는 돌연 CSI로 분합니다. 테러 조사하겠다고 이리저리 조사해나가는 모습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하고도 남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그러면서, 사우디 내에서의 문화적 차이와 테러에 따른 아픔, 사우디 왕가의 이해관계 등에 대해서 다루려고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다분히 겉도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 시작의 액션장면에 따른 그 후의 기대감이 더 컸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킹덤
그래도, 영화는 중반부와 후반부로 넘어갈때까지의 그 지루함을 만회하려는 듯이, 마지막 부분에 가서 화끈한 시가 총격전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시작의 국제 정세에 대한 설명이나 중간의 이런저런 얘기는 결국은 이 영화가 단순한 람보식 막무가내 액션이 아니라고 생색내기 위한 용도 였다고 영화가 스스로 인정하게 됩니다.

마지막 플러리의 말과, 아이의 대사는 다분히 슬프고 복수로 얽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을 암시하는 듯 하지만, 이 대사는 또 다른 변명의 용도로 사용되어집니다. 영화 자체가 명확하게 사우디는 나쁜 편이고, 미국은 착한 편이라는 흑백적 논리를 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사우디에는 착한사람,나쁜사람 다 있지만 미국을 돕는 패리스 같은 사우디인은 착한 사람이고, 그와 반대편에 선 이들은 결국은 나쁜 편이다 라는 것입니다. 플러리는 패리스의 아들에게 말합니다. 자신은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였다고. 주인공편의 친구가 곧 착한 편입니다.

플러리와 아이의 대사는 이런 내용을 다분히 희석시키기 위한 변명거리로 사용되어졌습니다. 흥행을 목적으로 한 헐리우드산 블럭버스터에서 냉정하고, 양측을 다 어우르는 공정한 시선을 유지하길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느낌을 풍기게 한 초반 장면과 중간의 몇몇 장면들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는 내용에 적잖이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 헐리우드 영화들이 모두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그러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시각을 그리는 영화들도 많지만, 이 영화는 그렇다라는 말입니다.)

정치적 시각을 드러내려듯이 포장해놓고 있지만, 킹덤은 그저 액션 영화입니다. 정확히는 중간에도 언급되었지만,FBI로 분한 람보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작 마이클 만에서 알 수 있듯이 액션은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초반의 액션신을 감상한 다음 중반의 지루함을 넘기고, 후반부의 액션장면만 보신다면 만족할 수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괜히 사우디니, 테러니, 미국과 석유니, 이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 영화는 겉치레만 그런 영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