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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로스트 라이언즈 (Lions For Lambs, 2007)

"로스트 라이언즈"는 포스트 9.11을 다룬 영화 중 "킹덤" 같은(정치색의 허울을 쓴 헐리우드식 블럭버스터 미국만세 액션 영화) 영화가 아니라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부은 정치/토론 영화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이 만든 선댄스 영화제 개막식에서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대놓고 성토한 이력이 있으니, 그가 만든 영화가 현재의 부시 정권을 비난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크게 세 그룹의 이야기로 나누어 흘러갑니다.
공화당의 젊은피, 새로운 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상원의원 재스퍼 어빙(탐 크루즈 분)과 정치기자 재닌 로스(메릴 스트립 분). 이상주의자 교수 말리(로버트 레드포드 분)와 지저분한 현실에 염증을 느끼는 학생 토드(앤드류 가필드 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스스로 자원한 과거 말리의 학생인 어니스트(마이클 페나 분)아 아리안(데릭 루크 분).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각각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으면서 서로 엇물리면서 영화의 큰 흐름을 만듭니다.

로스트 라이언즈
어빙과 로스의 이야기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댓가로 한 현재의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또 다른 전쟁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그래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세력과 정부. 그리고 상업성에 따라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언론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희생하더라도'(Whatever it takes)와 '팔랑개비'가 이 비판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말리 교수와 그의 학생 토드의 이야기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어니스트와 아리안은 말리 교수가 언급한 예이자 이 영화의 제목 그 자체입니다. 'Lions For Lambs'.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능력한 수뇌부(장교)들의 작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나가던 용맹한 영국군인들을 보고 독일의 장군이 한 말입니다. 이것으로 감독은 현재의 미국 정부를 에두르지 않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미국 정부의 실패한 정책으로 그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영화 상에서 언급되는 '베트남 전쟁'과의 비교를 통해 '이라크전' 역시 그때와 같은 실패한 전쟁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 백악관을 비춘 후 이어서 알링턴 국립 묘지를 비추는 모습은 감독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강하게 대변하고 있습니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보는 중이나 본 후에 굉장히 생각할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 영화가 더 빛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어쩌면 딱딱할 수도 있을 이런 주제의 영화를 이 정도로 매끄럽게 만든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공에도 감탄을 하게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든 또 하나의 생각은 이러한 정치색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그네들의 사회가 부럽다 하는 것입니다.(콜리 파월 前 미 국무장관, 곤돌리자 라이스 現 미 국무장관, 부시 現 미 대통령과 어빙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화살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정치색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도 드물 뿐더러, 만들어지더라도 이러저리 빼는 모습만 가득하기에 그렇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화려한 휴가'가 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색 강한 주제에서 그 날의 모습만 신파적으로 그렸을 뿐이지 그 날을 만든 주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는 쇼' 라는 토드의 말이 현재의 우리네 정치상황에 너무나 부합이 되어 짓게 되던 씁쓸한 웃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P.S  매튜 마이클 카나한이 "로스트 라이언즈"와 "킹덤", 이 두 영화의 각본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킹덤"은 대체 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