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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골든 에이지 (Elizabeth: The Golden Age, 2007)

돌아온 여왕폐하

9년 전, "나는 영국과 결혼했소."라는 말과 함께 버진 퀸을 선언하며 떠났던 엘리자베스 1세가 돌아왔습니다. 영화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가 25세의 나이에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사랑과 왕권을 사이에 둔 갈등 끝에 버진 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골든 에이지"는 여전히 이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여자로서의 사랑에 대한 갈망,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황금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골든 에이지"는 전작인 "엘리자베스"를 보지 않아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영화이나, 전작과 비교해보며 보는 재미 역시 분명 존재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볼타춤입니다. 실제로도 엘리자베스1세가 즐겨 추었다던 이 볼타춤은 "엘리자베스"에서도, "골든 에이지"에도 나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엘리자베스"에서는
골든 에이지
여왕, 그녀가 춤을 추는 대상이었다면, "골든 에이지"에서의 여왕은 베스와 라일리의 춤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어려보이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데, 그 장면이 "엘리자베스"에서의 장면입니다.) 여성적 욕구를 들어내는데 있어서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또한, 정적을 사이에 둔 입장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에서 메리 1세는 엘리자베스를 처형하라는 중신들의 건의에도 고민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암으로 인해 사망하지만, "골든 에이지"에서의 엘리자베스 1세는 반역을 꾀한 정적, 메리 스튜어트를 참수시킵니다. 역사적 사실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이름이 메리로 같은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당시의 영국에는 메리라는 이름이 흔했던 것일까요? 영화 속에는 또다른 메리도 있습니다.)

Long live the Queen, Cate Blanchett

프리뷰에서도 썼던 문구이지만, 엘리자베스 1세를 맡은 케이트 블란쳇은 이번에도 역시 빼어난 연기를 보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어떨 때는 안쓰럽기까지 한 여성의 모습, 영국의 운명을 손에 쥔 여왕의 모습. 영화 "골든 에이지"는 분명 케이트 블란쳇의 영화입니다. 상반된 두 가지의 모습을 "나는 나이다."라는 대사처럼 엘리자베스 1세라는 한명의 캐릭터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베스와 라일리의 관계를 알고, 체통까지 잃고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전작에서 로버트 더들리 경에게 가슴 아픈 배신을 당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더없이 가슴 아프기까지 합니다. "내 마음에는 스페인의 오만을 날려버릴 광풍이 불고 있다!"라고 일갈하는 모습이나, "천국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승리의 전장에서 만나자!"라고 외치는 군주의 모습은 더할 나위가 없구요.

이러한 그녀의 연기에 비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롯에 있어서의 아쉬움입니다. 전작인 "엘리자베스"가 여왕의 사랑, 정치적 음모와 왕권수호 라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적절히 배분되고 엇물리면서 탄탄한 구조를 이루었다면, "골든 에이지"는 전작의 그런 면이 부족한 편입니다. 여왕의 사랑과 관련된 부분에 더욱 치중된 모습을 보이며, 여왕의 그런 모습과는 별개로 왕권이나, 정치적 음모가 동떨어져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보니 구성의 밀집도 면에서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떨어집니다.

이처럼 구성에 있어서의 아쉬움이 크지만, 영화, "골든 에이지"는 전작 "엘리자베스"와 같이 다분히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역사 속에서의 너무도 유명한 인물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서 얻는 즐거움이 큰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것과 왕실의 화려한 예복과 명소들의 시각적 즐거움, 전작보다 커진 스케일을 보는 것은 그러한 즐거움을 더욱 크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나 게임 "대항해시대"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약간의 즐거움을 더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