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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2007)

The Truth 진실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은 U/노스라는 다국적기업과 KBL이라는 거대 로펌이 행하는 진실에 대한 은폐와 그 진실의 공개 사이에서 갈등하는 변호사, 마이클 클레이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The truth is adjusted.' (진실은 조작되었다)라는 이 영화의 헤드카피 처럼 영화 속에서 진실은 가려지고, 진실을 밝히려는 이는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로펌 KBL에서 십수년간 해결사 역을 해온 마이클 클레이튼은 동료 아서의 의문스러운 자살의 결과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갈등을 겪습니다. 은퇴를 위해 모은 돈을 모두 레스토랑에 투자했지만 부도를 맞고 빚더미에 앉은 그는, 자신의 현실적 위치와 진실의 공개 앞에서 갈등합니다. 영화는 그런 그의 갈등이 극대화되는 과정을 위해서 초반부는 잔잔한 흐름을 유지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 피치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초반의 흐름에서부터 마이클 클레이튼이 결코 도덕적 선함으로만 무장한 인물이 아님을 묘사한 결과로 폭파된 자동차를 뒤로 하고 도망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에게 묻게 됩니다. ‘어떻게 할꺼야? 진실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아니면, 그 은폐로부터 도망치는 거야?’

마이클 클레이튼
결국 진실을 택한 그는 모든 것을 밝히고 홀로 건물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탑니다. ‘50불치만 좀 돕시다.’ 진실을 밝힌 그지만, 그의 피곤하고 초췌한 표정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진실을 밝힌 이는 그렇게 홀로 외로울 뿐이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속에서 점차 나타나는 희미한 미소. 진실과 희망을 담아내는 그 미소는 새로운 믿음을 싹틔웁니다.

Realm and Conquest 마법의 영토

“마이클 클레이튼” 에는 한권의 책이 등장합니다. ‘마법의 영토’ Realm and Conquest 라는 마이클의 아들, 헨리가 읽는 소설입니다. 헨리는 아서와의 통화에서도 이 책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들은 의미도 모르는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고, 원하지 않게 어딘가로 소환되어진다.’ 그 말이 현실의 은유임을 안 아서는 진실을 그 책에 묻게 되고, 마이클은 ‘마법의 영토’ 사이에서 진실을 발견합니다. 우리네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진실은 분명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찾지 못하거나, 외면하거나, 신경쓰지 않아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현실이란 책의 페이지 사이에 진실은 그렇게 존재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매트릭스”의 광고 카피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영화가 현실 속에서는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보여준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헨리는 아버지에게 소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서로에게 밝히지 않아. 누가 적인지 모르니까.’ 헨리는 아버지가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불평하지만, 마이클은 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을 현실이 그 소설보다 더 적나라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렇게 표현됩니다. 골목에서 바게뜨 빵을 가득 들고 있는 아서와 마이클의 대화 중, 마이클은 아서에게 말합니다. '난 네 적이 아니냐.' 아서가 답합니다. '그럼 넌 누구야?' 우리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U/노스의 ‘씨를 뿌리고...’ 하는, 진실과는 상반된 이미지 광고가 우리의 현실에서 ‘또 하나의 가족’, ‘여러분의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라는 이미지 광고로 오늘도 TV에서 보여지는 것을 보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집니다. 마이클이 책을 살피던 도중 보이는 ‘마법의 영토’ 의 삽화 중 말 한마리가 있는 언덕. 자동차를 몰고 가던 마이클은 똑같이 언덕 위에 있는 말들을 보고는 차에서 내립니다. 한 마리의 말과 세 마리의 말. 책 속의 이야기는 현실의 은유이고 축소판일 뿐이지 그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현실은 소설, 영화보다 아름답고 또, 추악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결국은 현실의 더 험하고 어두운 부분의 일부일 뿐입니다.

And, George Clooney 그리고,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는 마이클 클레이튼 그 자체였습니다. 현실과 진실 앞에서 갈등하는 그의 몸짓, 눈빛은 묵직한 영화의 주제를 끌어가는 큰 힘입니다. 홀로 거리에 나와 택시를 잡아탄 그의 피곤한 얼굴, 눈가의 주름.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서서히 드러나는 옅은 미소. 영화의 모든 이야기와 주제를 말없이 대변하는 그의 모습은 이 영화 최고의 장면임에 분명합니다. 그런 조지 클루니에게 아카데미가 손을 내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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