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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는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레디에이터", "블랙호크다운" 등을 만든 70세 거장 노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갱스터 영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두 명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갱스터
영화는 기존의 갱스터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폭력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후 이어지는 범피의 마지막에서 범피는 도매상을 위협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잇게 만드는 대형 할인마트를 두고 혀를 찹니다.  하지만 범피가 죽은 후,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 분)는 그와는 전혀 다른 사업방식을 택합니다. 바로 그 대형 할인마트를 자신의 사업에 벤치마킹하는 것입니다. 그는 마약거래에 있어서의 중간단계를 없애고 베트남으로 날아가 직접거래를 성사시킵니다. 그를 통해 순도 높은 마약을 더 싸게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점차 마약판매시장을 지배해나갑니다. 루카는 사업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범피의 방식에서 획기적인 방법으로의 변혁을 꾀했지만, 범피의 모습을 그대로 잇기도 합니다. 마약 사업으로 번 돈을 할렘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는 구제사업을 통해, 할렘의 구세주, 할렘의 대변인으로 떠오르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의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영화는 기존의 갱스터 영화의 폭력성을 자주 비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프랭크 루카스는 돈을 은행에 예치시키고 마약 사업 외의 사업에도 돈을 투자하여 자기 사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등. 모르는 사람은 그를 점잖은 사업가로 알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그런 그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그의 이중성을 "대부"를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드러냅니다. 너무도 유명한 "대부"의 세례식 장면, 조카의 대부를 맡기 위해 세례식에 참여한 마이클. '당신은 악마의 유혹을 멀리하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마이클은 '예'라고 대답하지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는 마이클의 명령으로 적대세력 보스에 대핸 살육이 시작되고, 교차편집으로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에 앞서서 "대부"의 처음 결혼식 장면에서 이미 마피아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프랭크 루카스가 마약사업으로 번돈으로 집을 사고 가족을 불러들여 단란한 식사를 하는 모습과 그가 판 마약으로 피폐해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루카스의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 영화에 대해 흑인판 "대부"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루카스의 사업형태가 시실리 마피아들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루카스는 사업을 크게 벌려나가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불러들여서 일을 맡깁니다. 시실리 마피아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패밀리'라고 부르는 것의 유래도 역시 시작은 그것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루카스는 '가족'을 강조하며,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대부"의 시실리 마피아들과 다른 점은 '가족'은 끝까지 가족이었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루카스의 이중성만을 다루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다른 주인공인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 분)의 모습에서도 이중성은 드러납니다. 범죄자가 소유하고 있던 100만 달러의 현금을 망설임없이 상부에 보고하고, 뇌물 등은 받지 않는 강직한 형사 로버츠. 하지만 그의 공적인 생활과 달리 사적인 생활은 평탄치 않습니다. 업무에 쫓기면서 가족과 소홀하기 일수이고, 바람피는 것이 일상생활인 모습입니다. 이처럼 로버츠는 그 모습에 있어서는 루카스와는 정반대의 이중성을 가지는 인물입니다. 루카스는 사적인 모습에서는 모범적인 가장, 친절한 남편이지만 공적으로는 마약사업을 하는 인물. 로버츠는 공적으로는 청렴결백하고 굳건한 형사지만 사적인 생활에서는 가정에 충실치 못한 불량남편, 불량아버지.

영화는 입장에서나 사생활에서나 대비되는 두 인물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큰 굴국이 없는 내러티브를 보완하고 다르면서도 닮은 이 둘을 번갈아 보며 보여주는 과정에서 영화는 또 하나의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바로 미국이란 국가가 그것입니다.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겠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자처럼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은 그 이면은 부패와 타락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도덕성을 잃어버린 경찰들과 그로 인한 뇌물과 비리.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관속에 사람들을 타락에 빠지게 할 마약을 숨겨들어오는 모습은 그러한 미국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루카스와 로버츠, 그리고 미국의 추악한 이면을 보여주면서 클라이막스로 향합니다. 루카스가 가장 윗선임을 안 로버츠는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그를 잡습니다. 또한, 루카스를 통해서 부패한 경찰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큰 쾌거를 벌입니다. 말 그대로 통쾌한 마무리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그것이 아닙니다. 형기를 만료하고 출소한 루카스 앞에 펼쳐진 모습은 '마약을 하자'는 랩송이 흘러나오는 미국의 모습입니다. 루카스의 말대로 루카스가 사라지더라도 마약에, 부패에 절어있는 미국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씁슬한 현시대의 미국의 자화상인 것입니다.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는"는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 거장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이 빛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덴젤 워싱터과 러셀 크로우,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빛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뒤에서는 마약업계의 대부지만 들어나는 면에서는 말그대로 성실한 사업가이자 가장인 프랭크 역을 소화해내맨서도 중간중간 분노를 표출해내는 강함을 선보인 덴젤 워싱턴. 그리고 강직한 형사로서 마약 소탕을 위해 목표물을 놓치지않고 조준하며 달리는 러셀 크로우. 분명 이 영화를 이끄는 큰 축임에 분명합니다.

이처럼 "아메리칸 갱스터"는 2007년의 마지막 주에 개봉한, 그럼에도 200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환상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 이후 나의 영화에 대한 창의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말이 인간사 3대 거짓말과 동급인('늙으면 죽어야지', '이거 밑지고 파는거예요', '결혼안해'), 아니 그 이상의 거짓말임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P.S 엔딩 크레딧이 끝나면, 예고편에서 보셨던 장면이 마지막으로 나옵니다.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때? 죽이지?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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