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을 통해 그리는 이야기의 마무리입니다. 이러한 디즈니의 고유의 색은 “슈렉”을 위시한 드림웍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비꼬아지고 웃음거리로 전락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2D의 애니메이션을 바라지 않습니다. 결국 디즈니 자신들조차도 2D 애니메이션에 힘을 쏟기보다는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 픽사를 합병하면서 3D 애니메이션으로 그 중심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과거에 영광을 누리던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의 향수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러한 과거의 모습을 디즈니스럽게 현실에 맞추어 각색한 영화이구요.
영화의 도입부는 과거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안달라시아라는 동화의 왕국. 숲 속의 집에서 동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지젤(에이미 아담스 분)과 멋지고 용맹한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던 분).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에드워드의 계모이자 마녀인 왕비(수잔 서랜든 분). 만난지 하루만에 에드워드와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에 들뜬 지젤은 마녀의 꾐에 넘어가 행복의 우물에 빠지게 되고, 현실의 맨하튼으로 오게 됩니다.
동화의 세계에서 갓 빠져나온 지젤은 현실의 맨하튼에서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사람들은 모두 불친절하고, 그녀를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영화 속에서 지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이상한 모습입니다. 현실의 세계에서 아무 때나 노래를 부르고,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믿는 지나칠 정도의 순수함. 그런 지젤의 모습은 디즈니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디즈니는 지속적으로 우정과 사랑,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며 막을 내리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고 미화만 시키는 집단.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애니메이션 왕국이라고 비아냥됩니다. 영화 속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과 사랑이란 그저 한낱 꿈일 뿐이고, 꿈에서 깬 현실은 냉혹할 뿐이다. 영원한 행복은 없다라고 지젤에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젤은 그에도 변하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지킵니다. 자신을 구하러 올 왕자님을 믿고,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영원한 행복을 믿습니다. 처음에는 까칠하게 그녀를 바라보던 로버트도 점차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됩니다. 아마 디즈니가 바라는 것도 이런 것일 겁니다. 디즈니를 디즈니로 봐달구요.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엔딩을 통해 디즈니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를 나타내는데, 각자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서로가 사랑임을 알고 서로의 세계로 넘어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통해 현실적 가치관과 디즈니적 가치관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진정 바라는 것은 하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향한 오마주들(드림웍스의 비꼬기식 패러디가 아닌, 말 그대로 오마주)은 큰 즐거움을 주며, 영화 속의 인물들을 성격을 확실히 정의내려줍니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드림웍스가 자신에게 드리웠던 칼날을 그대로 그들에게 돌려주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또한, 영화는 디즈니의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성공적으로 쓰였던 뮤지컬 형식을 영화에서도 솜씨좋게 표현해내는데 그 중, 지젤이 센트럴 파크에서 로버트에게 불러주는 'That's How You Know‘의 노래와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디즈니다우면서, 흥겨운 노래입니다.
영화 속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를 더욱더 빛나게 해주는 이가 있는데 바로 주연배우 에이미 아담스입니다. 이 모든 시도의 중심에 있는 지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이지만, 어려운 역할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말 그대로 동화 속에서 갓나온 순수한 역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정신나간 여자로 보일 수도 있지요. 에이미 아담스는 그런 지젤 역을 너무도 훌륭하게 소화해내었습니다. 영화 내내 에이미 아담스를 보면 짓게 되는 미소. 그녀의 연기와 매력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그저그런 디즈니식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에이미 아담스, 새로운 ‘신데렐라’로 기대해도 될까요?
디즈니의 매너리즘을 비꼬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최근들어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자기자신에게 돌아와 그들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디즈니는 비판받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보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던 전형적인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라는 디즈니식 엔딩까지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 일 수 있는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입니다. 디즈니?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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