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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6)

퍼
영화 "퍼"는 미국의 여류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밝히듯이 영화는 디앤 아버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그녀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 시점, 그 계기를 픽션으로 구성해 만든 영화입니다.

디앤 아버스. 사실 저는 모르는 이름입니다. 그것도 모르냐?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지만, 사진예술에 관심이 있지 않은 바에야...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니콜 키드먼 때문이라고 밝혀둡니다. 팜플렛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적자면 디앤 아버스 그녀는 기이하고, 괴상한 주제들을 찾아다니며 앵글에 담았고, 그녀의 그런 사진은 20세기 서양 사진예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디앤은 모피상인 부모님을 두고 있고,  부모님의 모피 광고 및 다른 광고사진들을 찍는 사진작가 남편의 조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생활은 겉으로는 만족한듯 보이지만, 베란다에서 옷을 벗는 노출을 하는 등 그녀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Fur. 모피, 털은 영화 속에서 그리는 그녀의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 자체입니다. 모피는 그녀의 현재 삶을 싸고 있는 외피로, 그녀가 벗어나고 싶은 삶이지만, 또 다른 뜻 털은 그녀가 라이오넬에게 이끌리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온 몸이 털에 덮힌 다모증을 앓고 있는 라이오넬을 보고 그녀는 첫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점차 그에게 이끌리게 됩니다. 그의 털 아래 숨겨져 있는 진짜 그의 모습. 내면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있었기에, 아마 독특한 사진예술을 펼쳐 보일 수 있었겠지요.

영화는 이런 의미두기에는 능숙하나 그 이야기를 푸는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녀가 라이오넬에게 빠져들고 사랑에까지 이르게 되는 감정의 흐름이 추상적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찌됏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스런 두 딸의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행동들을 예술가적 자질에 눈을 떠가는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과정으로, 그 과정 속 로맨스로 바라보는 모습은 참 불편합니다. 아버스가 라이오넬 덕으로 특이하고 괴상한 비주류의 사람들을 만나가고 알아가는 과정도 그 소재에 비해서 극적 효과를 내지는 못하구요.

최근의 "황금 나침반"에서의 다소 실망적인(원작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분량이 적었던 것도 한 요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작을 통해서 니콜 키드먼의 이름에 맞는 연기를 본 것은 만족스러웠으나, 그 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라이오넬이 벗은 모습을 보았을때 왜 츄바카가 생각났을까요?  아마 저는 그 전 어느 순간부터 이 영화에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