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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추격자 (2008)

추격자
엄중호(김윤석 분)는 전직 경찰이었으나 뒷돈을 받은 일로 옷을 벗고 지금은 보도방 업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그런 그가 관리하는 아가씨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고, 그는 그저 돈떼먹고 도망갔다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보도방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경찰에 신고해서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라진 아가씨들이 ‘4885’라는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한 손님에게 불려 나간 후,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때 마침 미진(서영희 분)이 그 손님에게 불려나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중호는 ‘4885’ 그 놈이 자기가 관리하는 애들을 다른 곳에 팔아넘겼다고 생각하고는 그 녀석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연히도 그 녀석을 잡아다가 같이 파출소에 가게 되지만 미진이 간 곳은 알 수도 없고, 지영민이라는 이 녀석이 갑자기 자기가 여자들을 죽였다고 자백합니다. 중호는 영민이 미친 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날 저녁 벌어진 서울시장을 향한 오물투척으로 시끄러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은 영민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로 인계해 갑니다. 경찰은 영민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서는 그에게 이리저리 휘둘리지만, 영장이 없이 체포한 관계로 증거를 찾아 그것을 받지 못한 채 12시간이 흐르면 그를 내보내야 합니다. 이때까지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호는 영민이 살인범임을 알게 되고, 다시 영민을 쫓습니다.

지난 해 한국영화에는 스릴러 장르의 붐이 일었습니다. “리턴”, “검은집”, “세븐데이즈”, “우리동네”, “가면” 등. 그리고 올해의 “무방비도시”까지. 많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사실 호응을 얻었던 것은 “세븐데이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추격자”는 어떨까요?

“추격자”는 처음부터 범인이 지영민이란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우리 동네”와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 동네”를 포함한 영화들이 그러했던 것과 같은 과거에 얽힌 비밀은 없습니다. 영화는 현실만을 직시합니다. 과거를 동반해서 각각의 인물들에 동기를 부여하고,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범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려하지 않습니다. 영민은 그저 연쇄살인범일 뿐이지 그의 범행 동기나 그를 그렇게 만든 과거의 일,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범. 그게 지영민의 전부입니다.

그런 영민에 비해 영화는 적어도 중호는 전직 경찰이라는 것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관객도 영민보다는 중호에게 집중하기 조금은 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선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인물인지라 관객이 그런 캐릭터를 접할 때 일종의 심리적 거리감이 들게 됩니다. “세븐 데이즈”의 비리 형사 김성열이 유머러스한 대사와 능글맞은 태도로 그 거리감을 극복했다면 중호는 어둡고 거친 캐릭터는 그대로 두고, 외적인 문제를 통해 그를 해결합니다. 무능력해보이기까지 하는 경찰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권력 앞에서 비굴해지고, 지영민의 말 한마디에 놀아나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권력의 모습은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그에 반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저돌적 중호의 캐릭터는 관객의 마음 속 벽을 허물고 다가옵니다. 그에 더해 미진의 딸과의 만남은 그에게서 약간의 선한 면도 드러내 보이면서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로 다시금 그려지게 합니다. 처음에는 외부적인 다른 장치를 통해서였다면 나아가면서 그에 더해 캐릭터의 성격으로도 관객들을 끌어 당기는 것입니다. 일종의 안티 히어로 같은 모습이랄까요.

이 영화의 매력은 중호의 캐릭터의 특성과 같은 지점에서 나옵니다. 저돌성. 흐지부지하고 걸리적거리는 내용 없이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위에도 언급했던 지리한 과거의 설명도 없고, 마치 그것이 영화의 모든 것인 양 목숨 거는 반전도 없습니다. 그저 나아갈 뿐입니다. 그 저돌적인 시원함 속에서 중호가 가진 그 팽팽한 긴장감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이자 미덕입니다.

추격자

거기에 더해, 이 영화 속 배우들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호를 연기한 김윤석은 이미 “타짜”에서 적은 분량이었지만 악독한 카리스마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추격자”에서 그는 영화 내내 “타짜” 아귀 이상의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또한, 그와 대척점에 위치한 하정우 역시 지영민이라는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해 내었습니다. “추격자”는 근래의 한국 영화 중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눈부시게 빛난 작품일 것입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던 영화인지라 그에 비해 마지막 결론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매력은 이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추격자”는 한국 스릴러 영화에 한 방점을 찍은, 나아가 근래의 전체 한국영화에서도 큰 인상을 주는 작품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무시무시한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나홍진 감독의 이후가 벌써부터 무척 기대가 됩니다.

P.S 정식 개봉일은 2월 14일입니다.